▲ X파일과 관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건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불구속 기소된 이상호 MBC 기자(왼쪽부터). | ||
대학교수들은 2005년 대한민국 사회를 한마디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이었다고 표현했다. ‘위에는 불, 아래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을 거듭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상화하택’의 소용돌이가 극심했고 또 각종 대형 의혹 사건들도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일요신문>의 특종 기사들을 통해 회고해 본다. -편집자주-
유전게이트
권력 주변에는 항상 비리와 의혹이라는 ‘오염된’ 물이 흘러 다닌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표적 경우가 ‘유전게이트’였다. 적자투성이였던 철도공사가 사업성도 없는 러시아 유전개발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이광재 의원 등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일요신문>도 4월17일자(674호) ‘유전에 대한 실사보고서’의 허구성을 짚는 기사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권력의 개입 의혹을 추적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감사원-검찰-특검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실체를 확실히 밝혀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의혹의 핵심에는 ‘석유전문가’로 알려진 허문석씨가 있다. 허씨는 이광재 의원과 왕영용씨(전 철도공사 본부장)가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가려줄 핵심 인물. 하지만 허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허씨는 현재 인터폴 수배를 받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일정한 주거지 없이 ‘도망다니고 있다’고 전해진다.
▲ 노무현 대통령 | ||
유전게이트에 이어 행담도 개발의혹 사건도 노무현 정권을 흔들어놓았다. 이것은 정찬용 문정인 정태인 등 ‘청와대 3인방’이 도로공사를 통해 행담도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이권에 개입했다는 비리 의혹 사건이었다. <일요신문>은 행담도개발(주)에 대한 ‘억지 대출’ 과정을 추적하는 기사(6월19일·683호) 등을 통해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마추어리즘이 화근이었을 뿐”이라며 이들 3인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문정인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이 사퇴했고, 청와대도 대 국민 사과를 했다.
핵심인물이었던 김재복 전 행담도개발 사장(구속중)은 현재 행담도 2단계사업 시공권과 관련한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이 정치권 인사들과 연루되어 있다는 ‘커넥션’은 끝내 밝혀지지 못한 채 이번 사건은 잊혀지고 있다.
도청 X파일 파문
‘미스터리’도 한 해를 지배했던 단어. ‘X파일 사건’으로 정치권의 치부와 같은 ‘뒷이야기’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옛 안전기획부 내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이 정·관·재계와 언론계 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도청한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뇌관이었다.
특히 지난 1997년 대선 전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사이에 오간 특정 후보 지원 대화, 검찰 간부 떡값 제공 언급 등을 담은 녹음테이프의 녹취록을 통해 국민들은 권력의 추악한 그림자를 목도해야만 했다. 하지만 검찰은 X파일에 연루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고 그것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만 기소하는 등 ‘삼성의 시녀’라는 오명을 들어야만 했다.
▲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 | ||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올해 정치권의 최대 뉴스는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 권한의 절반 이상도 내놓을 수 있다”며 야당에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당이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 내각제를 구상하고 있고 그 실현 전 단계가 대연정론이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또한 여당에서도 파열음이 나와 정국이 극심한 분열 구도로 접어들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철회’함으로써 연정론은 물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대연정을 구상했던 노 대통령의 순수성을 의심하며 언제라도 대연정과 유사한 정계개편 카드를 꺼내 야당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요신문>은 9월11일자(695호)를 통해 노 대통령의 ‘대연정 다음 수’에 대해 심층분석한 바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