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섣불리 탈당을 결행할 수도 없다. 안철수 신당도 박 의원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안철수 10대 혁신이 무력화될 수 있어서다. 안 의원과 박 의원과 결합하는 순간, ‘공천 탈락자 이삭줍기’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 혁신은 온데간데없고 ‘도로 민주당’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DJ(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 의원이 야권 발 정계개편의 ‘계륵’이 된 셈이다.
여기에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눈치 보기도 박 의원 고민에 한몫하고 있다. 한때 당 안팎에서 30명에 육박할 것이라던 탈당그룹은 아직까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있다. 탈당 명분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승부사’ 박 의원도 선뜻 탈당하기 쉽지 않은 국면이다.
다만 박 의원의 탈당은 야권 발 정계개편의 핵심 변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호남의 맹주’인 박 의원이 탈당을 감행할 경우 야권의 원심력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안 의원 탈당 직후 문 대표를 향해 “계속된 선거 패배, 분열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박 의원의 길은 크게 △백의종군 △호남 포기-험지 출마 △탈당 후 역할론 수행 세 가지다. 백의종군은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20대 총선 승리를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이다. 호남 포기-험지 출마는 호남 물갈이 대상인 박 의원이 적지 출마를 고리로 당 주류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그간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DJ의 삼남 김홍걸 씨에게 지역구(전남 목표)를 물려주고 자신은 수도권에 출마하는 설과 맞물려있다. 마지막은 탈당 승부수를 던진 뒤 ‘비 새정치연합’ 연대에서 반문(반문재인)그룹의 맹주로 자리 잡는 전략이다.
새정치연합 주류 측은 안 의원에 이어 박 의원까지 탈당할 경우 호남 민심이 악화될 것을 우려, ‘안철수 혁신안’의 예외조항으로 박 의원 포섭 작전에 나설 계획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박 의원으로선 억울한 일이 될 것”이라며 이에 힘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이 친노 주류와의 ‘밀당(밀고 당기기) 게임’을 노련하게 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박 의원의 승부수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