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의 목마름을 해소하기는커녕 팀이 최하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감독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는 트르판 감독이나 들쭉날쭉한 경기 내용으로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잠자리에 누워 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부산의 포터 필드 감독.
경기 결과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도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만 답답한 속사정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만한 ‘벗’이 없어 이만저만 고충이 큰 게 아니다.
▲ 트르판 트나즈 부천 감독 | ||
‘자진 사퇴설’까지 나올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어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트나즈 감독이 믿어지지 않는 ‘6연패’를 당한 후 말수까지 줄었다고 한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것. 좋아하던 쇼핑도 마다하고 지난 28일 맞이한 64세 생일도 조촐하게 보낼 만큼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태다.
트나즈 감독의 고민은 동계 훈련서 가다듬은 팀컬러가 전혀 필드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시즌 개막 전부터 어느 정도 고전이 예상됐지만 이렇게까지 속수무책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이로 인한 선수단의 사기 저하,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 게다가 선수단 운용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했던 용병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30일 대구와의 홈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트나즈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다보니 패스나 슈팅 타이밍에서 한 박자씩 템포가 느려지고 있다. 1승이 너무나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구단의 인색한 투자에도 적지 않은 불만이 있다고 한다. 트나즈 감독은 부임 초부터 자신이 원하는 선수 구성을 기대할 수 없는 부천의 열악한 현실에 유감을 나타냈었다. 특히 이임생과 김기동의 재계약 과정에서 구단이 보여준 무성의함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는 게 선병군 사무국장의 말이다.
내부적인 저항도 트나즈 감독의 주름살을 깊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 바로 구단, 선수는 물론 팬들까지도 외국인 감독에 대한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 습관이나 커뮤니케이션 차이로 인해 구단, 코치, 선수와 빚어지는 불협화음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이로 인해 “코치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선적인 팀 운영을 한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아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데다 전임 최윤겸 감독과의 비교 평가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다보니 혼자 사는 외로움의 무게가 갈수록 더해간다고 한다. 그는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한 터키 식당을 즐겨찾는데 앞으로 이곳을 찾는 횟수가 늘어날 것 같다는 게 팀 관계자의 귀띔.
포터 필드 감독은 곤경에 처해 있는 트나즈 감독에 비해선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최고봉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짐바브웨, 트리니다드 토바고, 오만 등 축구 불모지를 두루 섭렵한 탓에 적응도 상당히 빠르다.
이정훈 부산 사무국장은 “클럽 하우스에서 감독만을 위한 식사를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 선수들과 함께 젓가락질을 하면서 한식을 즐기는 등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선수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혼자 사는 트나즈 감독에 비하면 아내와 같이 사는 포터 필드 감독은 외로움이 덜한 편. 99년 처음 만나 지난해 11월 결혼한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아내 엘렌다 포터 필드와 해운대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허니문 하우스’에서 신혼 재미에 푹 빠져 딴 생각할 틈조차 없다고.
그러나 포터 필드 감독도 하루 빨리 실타래를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 축구 문화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과 언어 소통 문제가 바로 그것.
우선 훈련 방식이나 습관이 유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최만희 수석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세밀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에 따라 훈련을 해본 경험이 부족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감독도 이러한 모습에 상당히 의아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코치는 “(포터 감독이)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면서 “프로는 필드에서 열정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한테 그런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포터 필드 감독이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보니 영어 발음이 딱딱한 나머지 작전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곤혹스러웠던 부분도 무시 못할 ‘걸림돌’이다.
포터 필드 감독은 최근 팀이 줄타기를 거듭하면서 심한 기복을 드러내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특히 ‘골 냄새’를 맡은 우르모브가 공격과 수비를 게을리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 화려한 경력의 포터 필드 감독이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유재영 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