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수 | ||
무릎 수술 후 처음 경기에 출전한 거 있죠. 물론 후반에 교체 투입됐지만 통증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닐 수 있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날짜를 정확히 헤아려 보진 않았는데 거의 두 달 만의 ‘소원 성취’였을 거예요. 수술 후 목발에 의지한 채 걷기조차 힘들었을 때는 ‘과연 내가 축구화를 다시 신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낳게 했거든요.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을 들었어요. 이천수 선수가 에인트호벤에 입단할 예정이라고요. 1명보다는 2명이, 2명보다는 3명의 한국 선수들이 네덜란드의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에요.
천수가 이곳에 오면 에인트호벤이 상당히 시끄러워지겠죠? 천수는 에인트호벤이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에 데려다놔도 결코 기죽지 않고 할 말 하고 다닐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한 팀에 한국 선수들이 많이 소속될 경우 우려되는 부분도 있어요. 만약 팀 성적이 안 좋은 상황에선 가장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죠.
지난호 일기에도 언급했지만 여전히 제 군입대 문제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월드컵을 통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건 ‘맞습니다, 맞고요∼’. 그래서 6월에 있을 월드컵 기념 행사나 A매치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해요. 꼭 6월에 있는 행사에 참여해야만 월드컵으로 인해 받게 된 혜택에 보은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더 중요한 대회가 많이 있기 때문에 하루 빨리 마음의 짐을 벗고 남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하는 거죠.
가끔은 아무 것도 모르고 공만 찼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즐거운 마음으로 축구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정말 ‘피가 마르는 것’ 같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든요.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해봐요. 사람한테는 매 순간마다 ‘숙제’가 주어진다는 그런 생각을. 무릎 수술을 받을 당시엔 재활에 성공하기만을 바랐는데 지금은 운동장에서 뛰게 되니까 이런저런 문제들이 불거져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하네요. 언제쯤 ‘인생의 숙제’ 없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요. 어린 나이에 하는 말치곤 너무 건방진 거죠? 제가?
5월15일 에인트호벤에서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