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 ||
그럼에도 현재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의 권력 구도와 현 상황을 말해주는 지표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대선 1년 전보다 1주일 전의 여론조사가 더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여론조사도 그 의미가 깊다. 대권주자들의 선호도 조사는 단순한 인기 조사라기보다 정치권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권력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대권주자들도 지지도 부침을 보면서 자신들이 보완해야 할 점을 알 수 있고, 국민들도 특정 주자들의 인기도 결과를 통해 정치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연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누가 가장 좋은 ‘성적’을 냈을까. 9개 언론사의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고건 전 총리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5:4로 박빙의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주자는 22~28%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 전 총리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경향신문> 조사에서 이 시장을 앞섰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모든 조사에서 20%대에 근접한 지지율로 3위를 차지했고,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은 모두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서울시장의 상승세가 먼저 눈에 띈다. 이 시장은 ‘청계천 특수’를 거머쥔 탓에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고른’ 지지율 반등을 보였다. 반면 안정적인 이미지로 거의 1년 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점점 떨어지는 양상이라 고 전 총리측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 전 총리측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고 전 총리는 현역 정치인이 아닌 데다 특별한 이슈 메이킹을 하지 못해 계속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정치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는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와는 큰 차이가 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월13~20일 국회의원, 대학교수, 언론사 정치부 기자, 시민단체 등 1백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명박 서울시장(34.3%)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17.2%) 고건 전 총리(15.4) 손학규 경기지사(11.6%)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8.4%) 이해찬 총리(6.1%) 순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표는 5.1%를 기록했는데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다.
이 조사에서도 이 시장의 약진이 이채롭다. 이 시장은 지난 2003년 연말 조사에 비해 무려 26.2%포인트(8.1%→34.3%)가 증가해 ‘청계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이 시장은 교수들과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근태 전 장관의 경우 차기정부를 진보개혁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손 지사는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1~2% 대의 지지율이지만, 오피니언 리더 조사에서는 2003년(12.6%)에 이어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박 대표는 전문가그룹으로부터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점은 최근 논란의 중심인 유시민 의원에 대한 부분이다. 유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차세대 정치인에 대한 항목’에서 김부겸(10.1%) 의원에 이어 2위(9.2%)를 차지한 것. 임종석(6.1%) 의원과 천정배(5.9%) 법무장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원희룡(16.8%) 박진(14.1%) 남경필(3.7%) 임태희(2.7%) 의원 순이었다.
한편 <한겨레>는 최근 정치전문가 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예비후보들의 경선 전망을 조사한 결과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동영 전 장관이,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시장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겨레>는 또한 제3후보의 출현 가능성이 차기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여론조사상에 나타난 각 후보들의 가상대결 결과를 살펴보자. 차기 대선에서 거론되는 ‘경우의 수’는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후보 간 양자 대결 또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후보에 고건 전 총리가 제3의 정당 후보로 겨루는 3자 대결 또는 고 전 총리가 아닌 제3의 후보가 펼치는 3자 대결 등을 상정해볼 수 있다.
최근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조사를 토대로 살펴본 가상대결의 결과는 이렇다. 먼저 양자 대결을 보면 열린우리당 후보로 고 전 총리, 한나라당 후보로 이 시장이 출마할 경우 이 시장 48.5%, 고 전 총리 46.8%로 나타나 이 시장이 박빙의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로 박근혜 대표, 열린우리당에서 고 전 총리가 나오는 양자 대결 구도의 경우 박 대표(40.9%)보다 고 전 총리(53.7%)가 훨씬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열린우리당 후보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나설 경우에는 한나라당에서 누가 출마해도 한나라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 후보로 이 시장이 출마할 경우엔 이 시장 59.1%, 정 장관 35.5%였고, 박 대표가 나설 경우에도 박 대표 58.4%, 정 장관 34.9%였다.
이 시장과 고 전 총리는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에서 정 전 장관, 한나라당에서 이 시장, 고 전 총리가 제3의 정당 후보로 나설 경우 이 시장 41.2%, 고 전 총리 38.5%, 정 전 장관 16.4% 순이었다. 한나라당 후보로 박 대표가 나설 경우를 가상한 3자 대결에서는 고 전 총리 44.8%, 박 대표 33.4%, 정 전 장관 15.4%로 나타났다.
그런데 보통 대선을 1년 앞둔 시점부터 가상대결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현재 발표되는 가상대결 결과의 신빙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초 <경향신문>과 현대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현재 거론되는 유력 대권주자 중에서 대통령감이 없다’는 응답이 9.6%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의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가 2년 뒤 어떤 성적표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각 언론사 신년 대선주자 여론조사 (단위:%) | |||
서울신문-KSDC | 이명박(22.6) | 고 건(20.1) | 박근혜(14.0) |
동아일보-KRC | 고 건(24.6) | 이명박(22.0) | 박근혜(18.8) |
KBS-미디어리서치 | 이명박(22.8) | 고 건(20.2) | 박근혜(19.7) |
MBC-KRC | 고 건(26.2) | 이명박(21.2) | 박근혜(19.9) |
SBS-TNS Korea | 이명박(25.4) | 고 건(24.8) | 박근혜(21.6) |
조선일보-한국갤럽 | 고 건(28) | 이명박(27.5) | 박근혜(17.3) |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 이명박(23.3) | 고 건(22.8) | 박근혜(19.9) |
경향신문-메트릭스코퍼레이션 | 고 건(25.8) | 이명박(23.2) | 박근혜(17.5) |
문화일보-한국리서치 | 고 건(25.3) | 이명박(23.1) | 박근혜(18.0) |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