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장의 바둑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30년 묵은 이무기답게 노련하고 현란하다”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비몽사몽 중에 장작 패기일 뿐”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 원장의 대국실에는 관전객이 보통 50명, 요즘 연승전 대회 같은 대국에는 1백 명이 넘는다. 어쩌다 정 원장이 대마 싸움 도중 타협이라도 할라치면 관전석에서 용납을 하지 않는다. 안 잡아도 이기는 바둑을 잡으러 가다 역전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여서 승률은 반타작 정도.
▲ 1도 | ||
정 원장의 승전보 하나를 소개한다. 정 원장이 흑을 잡은 바둑으로 상대는 상당한 실력자로 꼽히고 있는 ‘꼼수맨’이다. ‘꼼수맨’이 갑조에서 5연승을 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1도]
어김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면이다. 좌하귀 백은 흑이 A로 치중하면 잡힌다. 그러나 백돌들이 흑돌들을 양분하고 있다.
흑이 A로 치중하더라도 백을 잡기까지에는 여러 수가 든다. 그에 비해 흑 들은 일단 출로가 막히면 수가 몇 수 되지 않고, 흑도 백B 한 방이면 생사가 애매해진다.
백1·3으로 포위했다.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흑4는 궁여지책이었는데, 백5가 나약한 후퇴. 흑6으로 빠져나가 흑은 한 쪽을 해결했다.
▲ 2도(위 사진), 3도 | ||
흑이 한 쪽은 해결했다고 하지만, 백1로 꼬부리자 좌변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흑2·4 때 백3에서 5로 그냥 끊은 것이 다시 경솔한 수.
흑6쪽을 늘자 이 흑은 완생 태세. 이제는 백7로 살지 않을 수 없는데, 흑8에 선착하면서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가운데 백이 오히려 궁지에 몰린 모습. 결국은 가운데 백이 잡히면서 바둑도 끝나고 말았다.
백3으로는, 또 백5로라도 먼저 6의 곳에 뛰어붙여 흑A와 교환해야 했다. 흑6 자리가 피차의 급소여서 그랬으면 사정은 전혀 달라졌다.
[3도]
그러나 이것보다도 사실은 이에 앞서 3도 흑1 때 백은 무조건 2쪽을 젖혀야 했던 것. 흑3에는 잠시 여기는 보류하고, A로 사는 것도 잠시 미루어 두고, 4로부터 좌하 흑 들을 강력히 추궁했으면 흑이 곤란했을 것. 흑이 이기기는 어려운 바둑이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