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학·프로 선수 등을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지 학부모와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른다. 우선 산술적으로만 따져봐도 그렇다.
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초·중·고·대학·실업·프로 등록선수는 모두 1만9천3백56명(남자 기준). 그 중 고교선수로 3천7백67명(1백8개교), 대학선수로 1천8백12명(61개교)이 협회 1종 등록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고교 선수의 수가 대학 선수의 2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교 선수 중 50%만이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일선 고교 감독들도 졸업생 중 절반 정도를 대학에 보낸다고 밝혔다.
상위 단계로 올라서면 확률은 더 떨어진다. 전국 61개 대학에서 배출된 5백여 명의 대졸 선수가 11개 프로 구단(상무 제외)에 진출할 가능성은 10% 이하. 게다가 최근 대부분 구단이 중·고 유망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프로에 진출하는 대졸자 수는 한 해 3∼4명을 밑도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대표 타이틀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대표 선발은 총 6천4백68명(실업 4백70명, 프로 4백19명 포함)의 고교, 대학, 실업, 프로 선수를 선발군(群)으로 삼는다고 가정할 때 그 중 25∼30명을 추리는 일이다. 선수 개개인은 ‘215.3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당분간 국가대표 입문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재의 대표팀 구성원을 살펴보면 빈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 이영표, 설기현, 송종국, 이천수 등 월드컵 전사들은 최소한 5∼6년간은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상태다.
울산 현대의 골키퍼 권정혁은 “선수들간 수준 차가 점점 커지면서 ‘중도 포기냐 전진이냐’는 기로에 자주 선다. 바늘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동료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지치는 선수들 역시 상당하다. 그래서 대부분 목표를 하향 수정한다”고 대학 생활을 회고했다.
축구에 입문하는 어린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점은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놓고 보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축구판 자체의 ‘파이’가 작고 공부와 축구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미흡한 한국 축구의 현실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무조건 자식을 필드로 내모는 사고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축구평론가로 활동중인 장원재 교수(숭실대)는 “엘리트 선수 양성만이 아닌, 다양한 축구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유도하려는 부모들과 축구인들의 자성과 넓은 혜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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