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인천 전 감독 | ||
사실 놀라울 일도 아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단점을 집요하게 고치려고 하는 백 감독의 스타일상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롯데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문제점이 많았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안하고 야구 잘하는 선수보다 야구 못해도 말 잘 듣는 선수들을 중용하는 스타일의 백 감독은 선수들한테 신임을 잃은 지 오래였다.
백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는 무조건 “내 말 들어”이다. 고참 선수의 폼을 뜯어 고칠 정도였으니까. 신인 선수들 폼은 무조건 “다 바꿔”였다. 오죽하면 롯데 타자들의 스윙 폼이 1번부터 9번까지 아니 대타 요원까지 모두 똑같다는 말이 나왔을까. 실제로 폼을 뜯어고친 선수가 제대로 하는지 안하는지 확인하려고 시합에 출전시켜서 체크했을 정도다.
최근 LG와 잠실 원정경기 시작 전에 백 감독은 한 투수를 발견하고는 “저 XX 시키는 대로 안 던지는 놈인데 왜 1군에 있는 거야. 당장 2군으로 보내!”라고 소리쳤고 그 선수는 곧장 가방 싸들고 부산으로 내려가야 했다. 1군 엔트리도 모르고 있었다는 소리다.
백 감독은 자주 코치들을 집합시킨다. 스윙 폼과 투구 폼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코치들의 야구관은 백 감독한테 안 통한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전달해라” 식이다.
백 감독 밑의 코치들은 선수들한테 하는 말이 한결같다. “이렇게 해라”가 아니고 “감독님이 이렇게 하라신다, 저렇게 하라신다” 이런 식이다. 그러니 선수들이 갖는 코치들의 이미지는 지도자가 아니고 ‘전령사’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어떤 타자가 스윙을 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백 감독이 다가와서 타격 코치와 선수를 불러 세워 놓고는 “누가 이 따위로 스윙하랬냐”며 선수 앞에서 코치를 다잡은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3할 타자를 3할1푼 타자로 만들겠다는 뜻인데 이건 정말 위험하다. 3할 타자는 건들면 안되는 타자다. 가르치는 사람보다 더 잘하는 선수라는 얘기다.
2할9푼 타자를 다듬으면 3할을 칠 수는 있다. 10승 투수를 투구 폼을 바꿔가며 11승 하라고 요구하면 90%는 다음 시즌에 5승11패한다. 그렇다면 그 선수는 누가 책임지나. 감독의 수준을 못 따라오는 그저 그런 선수라고 치부해 버리면 그만인가.
2주 전에 롯데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거의 모든 선수들 얘기는 누가 정작 전력에 필요한 선수인지 모르겠고 시합에 나가는 선수들도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한테 미안해하고 있다는 거다. 그 얘기는, 시합에 나가는 선수들은 감독이 가르쳐 준 폼을 잘 따라 하면서 자기 폼을 버렸고 그런데도 성적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란다.
이제 롯데는 김용철 감독 대행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김 감독대행은 백 감독의 야구 노하우를 전달할 게 아니라 선수들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