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은 경기 시작 전에도 거리낌 없이 인터뷰를 할 만큼 대범하고 답변도 청산유수다. | ||
이런 규정 안에서 인터뷰를 하다보면 온갖 인종의 다양한 선수들이 섞여 있는 만큼 인터뷰 양태도 각양각색이다. 큰 소리로 주위를 떠들썩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귀를 기울여도 잘 들리지 않게 웅얼거리는 선수들도 있다. 좀처럼 인터뷰가 어려운 선수가 있으면, 언제나 즐겁게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도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있는 한국 선수들 역시 저마다 투구 스타일이나 타격 폼이 다르듯이 인터뷰를 할 때도 아주 다양한 모습과 성격들을 드러낸다.
▲ 박찬호(왼쪽), 김병현 | ||
박찬호는 인터뷰 당시의 기분에 따라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는가 하면 또 때론 단답형이나 틀에 박힌 멘트로 이해하기 힘든 ‘선문답’을 하기도 한다. 등판일이면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중에 가장 늦게 나오는 바람에 외국 기자들은 마감 일정상 인터뷰를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 갈수록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취재하기 힘든 선수가 됐다. 그리고 급기야는 아예 말문을 닫아버려 인터뷰 자체가 힘들어졌는데 언론을 비롯해 주위에 대한 피해의식이 심해 본인이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24·보스턴 레드삭스)의 경우도 인터뷰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본인이 원칙을 세워 외부적으로 필요할 때만 인터뷰를 하고, 자신이 등판하지 않는 날은 클럽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인터뷰를 하면 가장 솔직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말투가 약간 어눌한 편이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영양가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에는 보스턴 이적 후 악명 높은 현지 언론에 상당히 시달려 당분간 인터뷰 사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봉중근(왼쪽), 최희섭 | ||
봉중근(23·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최희섭(24·시카고 커브스)은 나이가 어린 점도 있겠지만, 아주 예의바른 선수라는 평을 듣는다. 봉중근은 때론 너무 솔직하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다. 늘 웃음을 담고 있는 얼굴에 조용조용하면서도 메이저리그 첫해 루키로서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조리 있게 늘어놓는다. 별로 숨기는 게 없어, 때론 ‘그런 이야기는 미국 기자들에게는 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만큼 말을 가리지 않는다.
최희섭은 외교적인 발언을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는 흔쾌히 응하면서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이야기도 잘하지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든지, ‘동료들이 잘 해줘서 고맙다’ 등의 예의성 멘트들이 많다. 그래서 기사 쓰기에는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항상 웃는 낯으로 인터뷰에 응해 내외신 기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