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에서는 이른바 청와대 참모 출신 ‘진박’들로 국회를 장악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림수가 되레 자충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7일 여성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청와대의 이러한 자신감 때문인지 올해 총선에서는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를 대거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선거구 재획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이 참모들의 출마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달라”며 촉발된 ‘진박’ 논란 이후 출마를 선언한 청와대 참모 출신들은 진박임을 강조한다. 그들은 홍보 명함, 홍보 문자 등에 ‘진실한 사람’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청와대 참모 출신들의 총선 출마 테이프는 전광삼 전 춘추관장이 끊었다. 지난해 9월 사퇴한 전 전 관장은 사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 달라”며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감안해 조기에 사퇴했다”고 말했다. 경북 출신의 전 전 관장은 최초 대구 북갑에 출마하기로 했다가 방향을 선회해 자신의 고향인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으로 출마지를 옮겼다.
전 전 관장의 경우가 그렇듯 청와대 인사들의 출마 지역은 TK(대구·경북)에 집중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갑에서는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백 전 차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지역구인 대구 달성은 친박계에도 특별한 지역구로 여겨지고 있다. 달성이 고향이기도 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도 출마를 계획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곧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박의 TK 점령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 먼저 출마 지역이 겹치며 혼선이 오는 경우도 있다. 추 실장이 출마한다고 하는 대구 달성은 이미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지역이다. 추 실장이 실제로 출마한다면 진박 사이에서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백 전 차관이 출마를 선언한 구미갑은 왕보경 전 청와대연설기록행정관이 뛰어들었다. ‘누가 더 진실한 사람인지’ 공천부터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10월 민경욱 전 대변인은 출마를 위해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KBS 앵커 출신인 민 전 대변인은 고향인 인천 연수에 출마하기로 하고 예비후보를 등록해 둔 상태다. 같은 날 사퇴한 박종준 전 경호실 차장도 세종시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중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7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서초갑 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경기도에는 신설 지역구인 남양주병에 주광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경기 과천·의왕에는 최형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나온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국회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최측근을 차출해 지역으로 내보내 당선시켜 국회를 장악하겠다는 생각에서 보이듯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불신이 역대 가장 큰 대통령이다. 또한 국회에 대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레임덕을 경계하는 효과도 노리는 듯하다”며 “그러나 이른바 진박 후보들은 지역 인지도와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아 절반도 공천받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박 대통령이 어떤 명분으로든 지역 방문 혹은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 발언 등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공천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공천 가능성을 높인 만큼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가 4년차를 맞는 만큼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레임덕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역대 정부와 달리 지지율 40%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레임덕 위기 신호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기대만큼의 완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론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역대 정권 중 상대적으로 친인척 비리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알려진 박근혜 정부의 몇 안 되는 레임덕 촉발 요소다.
야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유례 없는 30% 콘크리트 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레임덕을 막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고 지나치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한다면 30% 층에서도 반발할 수 있다”며 “또한 이번 총선 결과에서 새누리당이 고전하거나 진박 이름표를 붙여 내보낸 후보들이 대거 탈락한다면 레임덕을 스스로 가속화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