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부터 10월3일까지는 인천 문학경기장 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인천 세계 아마바둑 선수권대회가 열린다. 62개국에서 참가한다. 우리나라가 아마추어 세계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월3일에는 강원도 태백시에서 개천제와 함께 태백시 바둑축제가 열린다. 태백시는 국내외 관광객과 바둑팬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10월12일에는 전국 체전이 전주에서 열리는데, 바둑이 마침내 시범종목으로 동참, 다른 경기와 똑같이 전국 시도 대표들이 메달을 놓고 단체전으로 겨룬다. 11월10일부터는 서울 올림픽파크호텔에서 제5회 아시아 바둑선수권전이 열린다. 단체전으로 12개국에서 각 선수 3명, 단장 1명, 모두 48명이 출전한다.
아시아에는 현재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네팔 등 14개국에 바둑협회가 있는데, 이번 대회에는 북한과 인도, 네팔이 불참한다. 러시아는 아시아는 아니지만, 제1회 때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현재 서구의 바둑은 그 주도권이 종전 서유럽에서 러시아와 동구권으로 옮아가고 있는 추세. 친한파 바둑인이 많은 러시아는 한국 바둑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 교두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대회는 물론이고 아시아대회·세계대회가 모두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것인데, 한 가지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우승자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강자 위주의 대회가 지금까지의 일반적 대회패턴이었던 것에 비해, 바둑 동호인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
또한 한국 바둑이 국제화·세계화의 시동을 거는 것과 때를 같이 해 각종 대회의 개최지가 서울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바둑이 세계화의 발동을 거는 것을 지켜보면서, 외국인 초심자용 문제 하나를 소개한다.
▲ [1도], [2도] (왼쪽부터) | ||
1도를 보자. 유명한 묘수풀이. 초심자들에게 묘수풀이의 즐거움, 혹은 수순의 묘미, 그런 것들을 고취시켜 주는 재미있는 문제다. 특히 외국인 초심자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시연(試演)하면 효과가 좋다는 일종의 ‘데모 버전’이다. 문제는 흑이 먼저 두어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 하는 것. 얼른 보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흑이 무조건 안되는 것으로 보인다. 흑이 둔다면 A로 따내는 수뿐인데, 백B로 젖히면 유가무가 아닌가. 그렇다고 흑B로 집을 내는 것은 백A로 완생이니 말이 안된다.
[2도] 자충의 묘수
그러나 길이 있다. 흑1로 따낸다. 백2로 젖힐 때, 흑3으로 자살골을 넣는 것이 묘수! 스스로 석 점을 죽이는 것. 죽이는 곳, 버리는 곳에서 삶의 길이 열린다. 백은 당연히 흑0의 곳에 흑 석 점을 때린다. 때릴 수밖에 다른 수는 없기도 하다. 그런데 …
▲ [3도], [4도] (왼쪽부터) | ||
흑1로 먹여치는 귀수가 있는 것. 역시 이번에도 백2로 때릴 수밖에 없을 때, 흑3으로 때려 패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패가 정답인가? 보통은 그렇다. 보통은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인가? 엄밀히 말하자면 백이 잡힌다는 것. 왜냐? 흑3으로 때린 다음 백은 팻감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백이 잡힌다’가 정답인가?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4도] 팻감 곡작
흑1로 때릴 때, 백4로 젖히는 것이 아니라, 젖히기 전에 백2로 여기를 하나 끼워 응수를 보는 수가 있는 것. 흑은 3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 놓고 2·3도의 수순을 밟으면 ―
3도 흑3으로 패를 때릴 때, 백은 4도 A의 곳을 끊어 단수치는 수를 팻감으로 쓰고 패를 되때리는 것. 이제는 거꾸로 흑이 팻감이 없다. 그래서 정답은 ‘흑, 잡힘’인 것.
문제를 만들어 놓고 가벼운 내기를 걸면 흥미가 배가될 수 있다. 초심자라면, 처음에는 흑이 안되는 것에 걸 것이다. 그러면 흑이 패를 내는 묘수를 보여 준다. 다음에 정말 백이 안되는 것이냐면서 다시 내기를 하는 것…*^^*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