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18일 삼암구장에서 펼쳐진 한국 대 불가리아의 A매치 0대1로 패한 이날 경기에서 쿠엘류 감독은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오른쪽 위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박지성. | ||
해외파가 거의 총출동한 지난 불가리아전의 0-1 패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쿠엘류 감독에게 내년 아시안컵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동아시안컵은 ‘운명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동아시안컵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감독 생명’이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비장한 태도로 대표팀 훈련을 이끌었던 쿠엘류 감독이지만 유난히 눈에 띄는 대표팀의 ‘구멍’들로 인해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를 살펴본다.
[제2의 박지성'이 없다]
현재 쿠엘류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어떤 시스템을 사용할지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코칭스태프들이 예상하는 전술은 3-4-1-2와 3-4-3.
지난 불가리아전에서도 3-4-1-2 시스템을 구사해 미진하나마 합격점을 받았지만 문제는 마땅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 당시 이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박지성은 팀 사정상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하고, 대체 요원으로 꼽혔던 이관우마저 얼마 전 K-리그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일단 열외로 제쳐놓은 상태다.
출전 엔트리가 20명에서 23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막차’에 올라탄 김두현이 현재로선 박지성의 역할을 소화할 만한 적임자라는 평가. 그러나 기초 체력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 90분 풀타임으로 뛰기에는 무리라는 게 축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투톱에는 최용수-안정환, 안정환-김도훈이 이상적인 커플로 꼽히는데 첫 경기에서 어느 커플을 내세워 골맛을 보느냐에 따라 ‘골결정력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의 보완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쪽 '날개'를 찾아라]
스리백에서 사이드어태커는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경기력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그 역할을 맡았던 이영표와 송종국이 빠지면서 그들을 대신할 만한 후보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쿠엘류 감독은 왼쪽 날개에 내심 김동진을 점찍어둔 상태인데 문제는 오른쪽 날개. 만약 이을용과 김두현을 중간 자리에 투입할 경우에는 올림픽 대표팀에서 김동진과 호흡을 맞췄던 최원권을 오른쪽 날개로 활용할 전망이다.
대표팀의 최강희 코치는 그동안 왼쪽과 오른쪽 날개를 맡았던 김정겸과 이기형이 발탁되지 않은 부분을 못내 아쉬워했는데 쿠엘류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스피드가 부족하다며 재발탁을 거절했다는 후문.
[골키퍼 이운재 흔들린다]
대표팀 관계자는 골키퍼 이운재의 체중이 점점 늘고 있고 이로 인해 몸놀림이 둔해지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때가 있어 이운재의 불어난 체중을 빼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월드컵에서 철벽 방어를 자랑하며 대표팀 최고의 수문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이운재의 프로필을 떠올릴 때 이만저만 자존심 상하는 멘트가 아니다. 그러나 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붙박이 골키퍼로 자리매김하며 더 이상 그와 ‘맞장’을 뜰 만한 라이벌이 없었다는 게 이운재로선 ‘행운 중 불행’이다.
대표팀의 한 코치는 이운재를 자극하기 위해 김병지를 뽑아서 월드컵에서처럼 경기 전날까지 철저한 경쟁 체제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쿠엘류 감독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한 번도 김병지를 불러들이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병지와 동갑인 김태영은 붙박이 수비수로 쿠엘류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
[유상철 출전에 '안도']
쿠엘류 감독이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배경엔 대표팀 주장 유상철이 자리한다. 유상철의 소속팀인 요코하마가 후기리그에서의 우승으로 전·후기 통합 챔피언에 오르게 되자 당초 한일전에만 출전이 가능했던 유상철이 3게임에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된 것.
이로 인해 원래 유상철의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었던 김태영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대체요원으로 선발 출장 가능성이 높았던 박재홍이 대기 상태에서 감독의 콜을 기다리게 됐다. ‘쿠엘류호’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비벽이 최진철-유상철-김태영의 월드컵 전사들로 전열을 정비할 수 있어 쿠엘류 감독은 불안함 속에서도 작은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한편 쿠엘류 감독이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단 한 번이라도 태극마크를 달았던 K리거(예비멤버와 월드컵 멤버들은 제외)들은 모두 39명이었다. 너무나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들락거리다보니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쿠엘류 감독이 K리거들한테 태극마크 달아주기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로 테스트만을 일삼는 감독의 선수 발탁 방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