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세이트루이스행을 성사 시킨 스포츠인텔리전트그룹의 김동욱 대표는 오랫동안 물밑에서 진행된 일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기까지 적잖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오승환이 ‘도박 스캔들’에 연루되지만 않았어도 지난 연말에 마무리됐을 일이 해를 넘겨 1월 12일에서야 완료된 것이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1+1년’ 계약을 했다. 김 대표는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못했지만 2년간 연봉과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1100만 달러(약 132억 5000만 원)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보장된 연봉과 인센티브의 비중이 50 대 50의 수준인데 2년간 보장된 연봉은 500만~600만 달러 정도인 셈이다. 2017년은 구단 옵션이다. 올해 활약상을 토대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제대로 살아남아야 하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김동욱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 입성 뒷얘기를 들어본다.
Oh! 해피데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전격 입단한 오승환이 12일 부시스타디움에서 공식 입단식을 갖고 등번호 26번 유니폼을 입고 있다. 존 모젤리악 단장이 옆에서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오승환의 출국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언론은 바빠졌다. 이전 같으면 미국에서 먼저 메이저리그 취재 기자들이 자신들의 SNS를 통해 선수의 입단과 관련된 정보를 흘렸지만 오승환의 경우엔 한국에서 나온 기사를 보고 미국 기자들이 받아서 올리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저마다 다양한 추측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매체는 오승환이 미국을 향해 가고 있는 중임에도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팀의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했고, 내일(11일) 입단 기자회견을 연다’는 오보를 내놓기도 했다.
애초 오승환은 11일 오전에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공항에 폭설이 내리며 세인트루이스행 비행기로 갈아타지 못했고 장시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김동욱 대표는 당시 “(경유지) 디트로이트 공항에 눈이 많이 와서 공항이 폐쇄됐던 관계로 일정이 미뤄졌다.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했지만 눈보라가 몰아쳐 언제 출발할지 기약이 없다”고 전했다.
뒤늦게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한 오승환은 공항에 마중 나온 구단 관계자와 처음 인사를 나눴고, 곧장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팀 지정 병원으로 향했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세인트루이스에선 곧장 입단식을 진행했다. 즉, 세인트루이스 도착-메디컬테스트-입단식이 모두 24시간 안에 이뤄졌다.
한국 시간으로 12일 새벽에 현지에서 입단식을 치른 오승환은 입단식이 끝나자마자 다시 공항으로 향했고, 13일 오후 인천공항에 나타났다.
오승환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김동욱 대표가 귀국 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처벌 수위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협상이 쉽지 않았다. 검찰이 벌금형을 확정하자 5개 구단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섰다”고 전한 것만 봐도 검찰의 약식 기소 처분이 오승환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다음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동욱 대표의 설명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오래전부터 오승환에게 관심을 표명했다. 구단에선 2009년부터 지켜봤다고 했고, 내게 직접적인 제안이 들어온 것은 지난 시즌부터였다. 그러다 12월 8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메이저리그는 해마다 12월에 각 팀 관계자와 야구 에이전트들이 모여 선수 트레이드와 야구계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자리에서 세인트루이스의 존 모젤리악 단장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단장은 오승환의 스캔들과 관련해서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당장 계약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다 갑자기 구단 측에서 도박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는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방향을 틀면서 그때 계약하지 못했던 것이다.”
윈터미팅에서 돌아온 김동욱 대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인트루이스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게 된다.
“12월 24일까지 (오승환 문제가) 결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불펜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 메일을 받고 나도 속이 탔다. 우리로선 검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고, 세인트루이스에선 팀 사정상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얘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세인트루이스에 사정해서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는데 지난 연말에 검찰에서 약식 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이후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철벽 마무리로 우뚝 선 오승환. 그의 미국무대 활약이 기대된다. 연합뉴스
“A 팀에서 막판에 딜을 하기 시작했다. 보장 금액이 세인트루이스랑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그 팀은 불펜이 막강한 팀이라 오승환의 입지가 불안정해 보였다. 더욱이 A 팀에선 스프링캠프 때까지 오승환을 지켜본 후 25인 로스터 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해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에게 25인 로스터를 보장했다.
김 대표는 입단 기자회견을 앞두고 만난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매시니 감독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존 모젤리악 단장은 이전 윈터미팅에서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모젤리악 단장 옆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워낙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하고 있어서 속으로 ‘유명한 영화배우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젤리악 단장이 매시니 감독이라고 소개하는 게 아닌가. 정말 깜짝 놀랐다.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은 감독을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김 대표가 느낀 세인트루이스 단장과 감독의 이미지는 100% 만족이었다. 온화한 성품과 유머러스한 감각을 갖고 있는 단장과 감독과의 만남은 오승환한테도 좋은 기운을 전달했다고 한다.
“오승환과의 계약 문제로 내가 직접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를 만난 건 세 차례였다. 그중에서 모젤리악 단장과 매시니 감독이 가장 훈훈했다. 윈터미팅 때부터 단장의 캐릭터에 내심 반했는데 계약에 사인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도 그 젠틀한 이미지가 이어졌다. 1970년생인 매시니 감독은 메이저리그 30개 팀에서 불펜 운영을 가장 잘하는 감독으로 소문나 있다. 투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란 점도 신뢰를 갖게 한다. 세인트루이스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가 존재한다. 매시니 감독 말로는 몰리나가 팀 전력의 50%를 차지한다고 하더라. 앞으로 오승환과 몰리나의 호흡도 기대해 볼 만하다.”
오승환은 2013년 12월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하기 전 LA 다저스로부터 적극적인 구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오승환도 내심 일본이 아닌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했고, 에이전트도 나서 다저스 스카우트와 만났지만 중간에 일이 틀어지면서 계약이 성사되진 못했다.
“그땐 나도, 또 승환이도 많이 안타까워했다. 다저스에는 류현진도 있고,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승환이가 적응하는 데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선발로 나간 후 승환이가 마무리를 하는 장면이 펼쳐지면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랑 접촉했던 다저스 스카우트가 갑자기 팀을 떠나면서 우리랑 진행된 딜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만약 그 스카우트가 계속 팀에 남아 있었다면 승환이가 다저스에서 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탁월한 불펜 운영 능력을 보이고 있는 마이크 매시니 감독과 오승환. 아래는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 야디어 몰리나.
“로컬 스카우트는 말 그대로 보고서만 작성해서 올리는 역할이다.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선수를 보러 다니거나 자료를 챙기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세인트루이스 스카우트 책임자는 일본을 방문해서 오승환의 경기를 지켜봤고, 오승환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을 만큼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스카우트가 움직이니까 팀에서도 금세 손을 내민 것이다.”
앞으로 오승환은 비자 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동욱 대표는 “1월 말에서 늦어도 2월 초에는 출국 예정이고, 스프링캠프가 마련된 플로리다로 곧장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오승환 기자회견 구설수 ‘불법인 줄 몰랐다’ 그 얘긴 오해예요ㅜ.ㅜ 지난 12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오승환의 공식 입단식에는 현지 취재 기자들이 참석해서 오승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중에서 한 기자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혹시 도박 파문으로 인해 KBO리그 시즌 50%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메이저리그로 온 것이냐?”라고 물은 것이다. 에이전트의 통역을 거쳐 오승환은 그 질문에 다음과 대답했다. “(도박 스캔들 때문에 메이저리그로 온 건) 절대 아니다. 큰 사건이 될지 몰랐고, 불법인지도 몰랐다.” 공식 입단식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오승환. “그 기자의 질문이 두 가지였다. 첫 번째가 ‘한국에서 50% 출전 정지 받아서 온 것이냐’랑 두 번째가 ‘네가 그곳(필리핀)에 갔던 게 도박하러 간 것이냐’란 내용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모르고 갔다가 하게 된 것이다’라는 내용을 전한 것인데 여기선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의 답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도박이 불법인 줄 몰랐다’로 정리되었다. 그래도 이런저런 변명보다 죄송하다는 말로 진심을 전했어야 했는데 설명하다 보니 선수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존 모젤리악 단장은 오승환의 개인 문제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인터뷰를 통해서 “오승환이 KBO 징계를 받기 전에 이미 우리와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답해 도박 논란이 이번 계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아무리 메이저리그가 개인의 사생활 문제에 관대하다고 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면서 “중요한 건 앞으로의 모습이다. 오승환도 많이 아프고 괴로워했던 만큼 그 진심을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