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의 행보를 둘러싼 야권 내부 역학관계는 복잡하다. 애초 ‘박영선 선거대책위원장’ 카드는 더민주 수도권 중진 그룹 내부에서 촉발됐다. 이후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과 초재선 개혁그룹인 ‘더좋은미래’ 일부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하면서 야권 발 정계개편의 핵심 변수로 격상했다. ‘김부겸 카드’가 무산된 이후 ‘박영선 대안론’이 부상한 경로다.
일각에선 ‘김종인·박영선’ 투톱 체제를 거론한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최고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범주류 한 의원은 이와 관련해 “문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박 의원에게 직접 요청하거나, 최고위원에서 이를 공식 안건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의원도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서 수락했다”고 잘라 말했다.
박 의원이 소속된 중도파 그룹 ‘통합행동’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한 의원은 박 의원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 대표가 최소한 범야권의 수도권 연합 공천권 정도는 줘야만 잔류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주장한 ‘수도권 연대-호남 경쟁’ 연대 전략과 그 궤를 같이하는 지점이다.
박 의원은 탈당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흐름과 강한 정통 야당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문제”라며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 사는 길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에게 구애를 받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정치 참여를 연일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이 ‘박영선·정운찬 라인’을 형성, 야권 세력구도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곧 분수령이 온다”며 “박 의원이 ‘문(문재인)이냐, 안(안철수)이냐’를 결정하는 그 시점, 야권 발 정계개편의 전체적인 판이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