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로 이적한 정수근과 아내 서정은씨. | ||
남편의 부는 곧 아내의 ‘경제권’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 실제적인 돈 관리자가 아내이다 보니 과연 돈 보따리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박’ 선수를 남편으로 둔 아내들의 ‘행복한’ 고민을 들어보자.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 그래서 월급이 차압당하는 설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뎌냈던 거죠.”
계약기간 6년에 총 40억6천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두산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정수근(26)의 아내 서정은씨(29)는 시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고스란히 도맡게 되면서 겪었던 말 못할 ‘사연’들을 털어놓으며, ‘고진감래’라는 한자 성어를 떠올렸다.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날 때는 절망보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남편이 언젠가는 큰돈을 벌어 호강시켜주겠다고 늘 말해왔는데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농담처럼 한 말이 현실로 이뤄지네요.”
서씨는 40억원이란 돈의 무게에 대해 솔직히 실감을 못하겠다고 한다. 액수만을 따지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란 것은 알겠는데 직접 만져보질 않아서인지 가늠이 안 된다는 것.
“어떤 분은 40억원을 모두 한꺼번에 받는 줄 아시더라고요. 계약금(12억6천만원)은 일시불로 받지만 연봉(19억원)은 6년 분할로 나눠받아요. 그래도 큰돈이죠?”
‘목돈’인 계약금은 재테크를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냄새’를 맡은 부동산 관계자들이 전화 공세를 펴고 있는데 작은 상가 건물을 구입해두고 싶은 게 서씨의 솔직한 심정. 그러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이런저런 ‘입김’을 불어넣고 있어 여간 난처한 입장이 아니다.
“잘못 처신했다가는 돈 주고도 욕먹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정성을 보여드리긴 하겠지만 남편이 받은 돈은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자 미래에 대한 보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6년 후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건데…. 당장 1월에 결혼하는 막내 도련님이 살 집도 마련해 드려야 하고….”
돈을 풀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 서씨의 생각도 더 깊어지고 있다.
▲ 기아로 입단하는 마해영과 아내 방시라씨. | ||
“다른 분들은 대구에 남으려는 제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 교육을 위해선 지금까지 자라난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교육 문제만 아니라면 당연히 남편을 따라가겠죠. 이런 복잡한 일로 인해 FA 이후 얼마의 목돈이 생기는지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1억원 정도는 가족들이나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다른 선수처럼 땅을 사거나 건물을 구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재테크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흔히 남편의 계약조건을 가지고 ‘대박’ 운운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한테는 FA가 ‘횡재’가 아니라 그동안 한눈 팔지 않고 노력한 데 대한 결과일 따름입니다.”
두 살 난 아들과 생후 2개월 된 딸을 돌보느라 심신이 지쳐 있는 박종호(삼성·30)의 아내 조선희씨(30)도 ‘FA 대박’(계약기간 4년에 22억원)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육아 문제로 한 치의 여유가 없다보니 생전 만져보지도 못한 거액이 들어오는데도 덤덤할 따름이다.
“주변에서 굉장히 부러워해요. 어떤 분은 저희 때문에 신랑한테 바가지 긁다가 싸움이 났다며 하소연하더라고요. 물론 큰돈이죠. 하지만 그것만이 행복의 전부는 아닌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가진 자의 여유라고 (팬들이) 뭐라 하시겠죠?”
조씨는 대구로 이사를 가기 전 서울에다 아파트를 따로 마련해둘 예정이라고 한다. 부동산에도 관심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땅을 구입할 생각도 있다. 이런 계획을 말하면서도 조씨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대구에서 ‘언제나 외출중’일 남편 없이 연년생의 두 아이들을 키울 걱정이 훨씬 크고 깊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