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토록 바라던 메이저리그 대신 일본 진출로 방향을 선회한 이승엽. 12월11일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였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홍명보(LA갤럭시)]
LA 갤럭시 선수로 활동 무대가 바뀐 상황에서 여러 가지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적응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다고 꼽을 만한 ‘사건’은 없었다. 굳이 한 가지를 거론한다면 원정 경기를 위해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제일 심한 스케줄이 LA에서 뉴욕으로 비행기 타고 갔다가 다음날 경기가 끝나자마자 비행기 타고 LA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다보면 경기 자체보다 이동 중에 받는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로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유상철(요코하마F 마라노스)]
사실 올 한 해는 너무나 좋은 일이 많아서 아쉬웠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 선수가 있는 일본 팀에서 전·후기 통합우승을 이끌어낸 경우는 실제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거론한다면 지난 5월 부산전에서 이장관 선수와의 마찰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기억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아마 당시 벌금도 역대 최고였을 것이다.
[서장훈(서울 삼성)]
시즌이 지금 진행중이다. 올 한 해를 돌아볼 때 그렇게 좋은 기억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아쉬웠던 장면도 없는 것 같다. 굳이 떠올린다면 팀이 우승하지 못한 것이 선수로서는 가장 아쉬운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시즌이 해를 넘겨 진행되다 보니 반드시 지난 1년을 돌아본다고 하기도 그렇다. 비시즌 중에는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 있다. 부상은 운동 생활을 하는 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상과는 절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최경주(슈페리어)]
성격상 잊고 싶은 일을 지금까지 간직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일은 순간 순간 잊어버리려고 애쓰는 편이다. 잊고 싶은 일보다 아쉬웠던 일은 있었다. 바로 마스터스대회에서 캐디의 잘못된 조언으로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던 순간이다. 올 한 해는 유능한 캐디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온 해였다. 센스 있고 유능한 캐디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런 능력있는 캐디는 이미 유명한 다른 골퍼들이 모두 모셔갔기 때문이다. 새해의 간절한 소원이라면 정말 좋은 캐디를 만나는 일이다.
[이승엽(자바 롯데 마린스)]
2003년은 가장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너무나 많은 인생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잊고 싶은 일이라면 메이저리그 진출 좌절이다. 간다, 못 간다는 논란 속에서 결국 현지에서 선수가 직접 구단을 돌며 세일 작전을 펼쳤지만 기대했던 성과는커녕 커다란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미국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국민타자’ 이승엽이란 존재의 ‘가벼움’이다. 결국 미국이 아닌 일본으로 귀결됐는데 메이저리그는 나한테 ‘꿈의 무대’이자 ‘악몽의 시간’들로 남아 있을 것 같다.
[박세리(CJ)]
▲ 지난 6월 팀동료와 부딪혀 쓰러진 최희섭/뉴시스 | ||
[김병현(보스턴레드삭스)]
올해는 유난히 좋지 않았던 일이 많은 한 해였다. 날 가장 힘들게 했던 일은 지난 4월15일 콜로라도전에서 상대 타자의 부러진 방망이에 오른쪽 발목을 다친 뒤 같은 달 30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서 5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뿌리며 부상이 악화됐던 점이다. 처음 발목을 다쳤을 때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시즌 초반의 불상사가 결국엔 시즌이 끝난 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발목 부상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최희섭(플로리다 말린스)]
운동선수한테 가장 잊고 싶은 순간이라면 대부분 부상당한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6월 시카고 컵스에서 활약할 당시 수비 도중에 머리를 부딪히며 땅바닥에 쓰러진 일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당시 마이너리그에서 생애 최초로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이후 한창 상승세를 타며 올스타전 후보로까지 거론될 만큼 전력 질주하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의 부상은 엄청난 쇼크로 내게 다가왔다.
[안정환(시미즈S펄스)]
축구와 관계 없는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매스컴의 지나친 관심들로 인해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보다도 우리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예상외로 크고 여운이 오래 갔다. 특히 아내한테는 표현 못할 미안함이 자리한다. 나의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를 모두 껴안고 결혼을 결정한 아내 입장에선 미처 생각지 못한 가정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들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을 것이다.
[신혜인(신세계)]
올해는 ‘얼짱 스타’로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프로농구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매스컴의 집중적인 취재 공세로 인해 심리적인 부담감이 무척 큰 상태다. 좋지 않은 기억이라기보다는 농구선수인 나를 너무 외모로만 부각시킨 기사들이 조금은 불만스럽다. 솔직히 나를 좋아한다는 팬들도 내가 농구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분들보다는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얼굴 예쁜 신혜인보다는 농구선수 신혜인으로 먼저 인정받고 싶다. 만약 내가 농구 실력이 형편없는데 외모로만 어필된다면 그 사랑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