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 | ||
그러나 스포츠스타들도 자연인으로 돌아올 때는 이성문제로 가슴 아파하고 공항의 까다로운 출국 심사에 ‘뺑끼’를 치기도 하고 엄한 선배들의 보이지 않는 질투 속에 눈물을 쏟기도 한다. 공식적인 무대에선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스포츠스타들의 ‘숨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을 전격 공개한다.
축구계의 대표적인 미남 스타 안정환(27)이 지난 11월 불가리아전을 마치고 출국하던 때의 일. 예기치 못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그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여객기 출발 시간이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짐이 없었기에 신속하게 출국 수속을 마치고 수화물 검사대를 통과해서 출국심사대에 섰는데 아뿔싸! 병무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얼굴’을 무기로 그냥 통과하길 바랐던 안정환은 그날따라 까다로운 심사원을 만난 탓에 소소한 실랑이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저, 안정환이거든요.” “그래서요?” “아니, 뭐 그런 게 아니고, 사실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병무신고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안 돼요. 가서 병무신고하고 오세욧!” “저 이번만….” “안 된다니깐요!” 그 순간 안정환과 동행했던 지인이 안정환의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들고 병무신고센터를 향해 뛸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거 서재응(27·뉴욕 메츠)은 아버지 서병관씨(56)와 성격이 ‘붕어빵’이다. 서씨는 호남 사람 특유의 호탕함과 배짱, 보스 기질이 가득한데 서재응이 이런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특히 서재응은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천지가 개벽한다고 해도 믿고 따를 만큼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경외시한다. 그런 서재응이 일생일대의 ‘반란’을 꿈꾼 적이 있었다. 바로 약혼자 이주현씨와의 교제 사실이 아버지한테 들통났을 때였다.
▲ (윗쪽부터)서재응,신혜인,박세리 | ||
2003년 스포츠계의 최고 ‘얼짱’으로 농구 코트보다 매스컴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을 냈던 신혜인(19·신세계). 신혜인이 더욱 주목을 받은 것은 농구스타 전미애씨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이런 가정환경은 신세계 입단 당시 기존 선수들한테 약간의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끔 했다. 대표적인 게 ‘한성격 한다’거나 ‘너무 풍족한 생활을 해서 힘든 운동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이상한 루머들이었다.
그러나 신세계 유니폼을 입은 신혜인은 선배들의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시켜도 오히려 더 욕심을 내서 훈련에 참가할 만큼 오기와 근성을 보였고(이런 모습 때문에 선수들은 ‘피는 못 속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선배들한테는 살가운 애교와 재치로 얼어붙은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신세계 안영은 주무는 “눈이 커서 그런지 눈물이 많은 편이다. 연습경기에서 지거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몰래 우는 모습을 몇 차례 목격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데뷔전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신혜인의 ‘화려한 배경’과는 영 딴판인 소박한 일상을 소개했다.
“아빠, 이젠 좀 풀어주세요.” “안돼. 아직은 할 일이 더 남았어.” “아빠 때문에 사람도 못 만나고. 나 시집 못 가면 책임지실 거예요?” “…?!”
다른 사람도 아닌 ‘골프여왕’ 박세리의 하소연이다. 박세리는 이번 귀국 일정 동안 유난히 외로움을 호소했다. 특히 절친한 한희원이 결혼을 하자 더더욱 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가장 큰 장벽은 ‘영원한 스승’ 아버지 박준철씨의 변함없는 ‘통제’. 박씨는 LPGA에서 애니카 소렌스탐을 누르고 1인자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외로움도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고 독려하지만 박세리는 자꾸 어깃장을 놓는다.
사석에서 “소렌스탐이 왜 잘하는데.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남편이 있기 때문이라고. 왜 아빤 그걸 몰라주냐고요”라며 투정을 부리던 박세리. 그린 밖의 그녀는 톱스타의 거만함도, LPGA 무대를 주름잡는 배짱도 엿볼 수 없는 평범한 이십대 후반의 여자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