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여의도 호사가들의 관심은 새삼 자민련 마포 당사의 운명에 쏠리고 있다. 자민련이 원내정당 중 유일하게 당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마포 당사는 서강대교와 신촌사거리 사이인 마포구 신수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8층(연면적 8백 평)짜리 건물로 시가 55억원에 달한다. 그간 자민련은 이 당사를 밑천으로 당 운영비와 당직자들의 급여를 지급해왔다. 현재 마포 당사에는 개인 등에 의해 28억여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다.
자민련측은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정확히 산정하겠지만 마포 당사에 설정된 근저당을 포함해 현재 당의 부채가 30억원가량 되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합당이 완료되면 자민련의 재산과 부채는 당연히 한나라당이 승계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대로라면 마포 당사 처리 문제는 전적으로 한나라당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그러나 ‘양 당’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최근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당사 매각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전했다. 다만 자민련 김학원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마포 당사를 매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받고 매각했다’는 이런저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 지인을 통해 7억원 정도를 빌려 당 운영비로 충당한 바 있어 마포 당사를 매각하지 않고서는 지인에게서 빌린 돈을 갚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우리 당은 ‘차떼기당’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미 1천억원 상당의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다. 자민련과 합당해 수십억원의 마포 당사까지 챙긴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또 자민련이 부채가 많아 결국 당사를 매각해도 빚잔치를 하지 않겠나”라며 “합당이 완료되기 전 자민련에서 마포 당사를 알아서 처리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매각될 운명에 놓인 마포당사는 자민련이 지난 95년 창당할 당시부터 임대해 오다가 2001년 이 건물이 경매로 나오자 헐값에 매입한 것이다. 그러나 매입 당시 전 소유주인 장아무개씨 등이 “그간 세입자인 자민련이 임대차 관련 채무 등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고 건물을 매입한 데는 문제가 있다”며 당사를 가압류하고 소송을 제기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지던 가운데 2심이 열린 2004년 7월에는 변호사 출신의 김학원 대표가 직접 변론에 나서 승소했고 지난해 4월 대법원도 자민련의 손을 들어줘 마포 당사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자민련은 당세가 극도로 위축돼 돈가뭄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자민련 승소 판결을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마포 당사에 근저당 설정이 들어와 현재 설정액은 28억원에 달한다.
물론 부채보다 당사의 재산가치가 더 커 당사를 팔아 채무를 다 갚더라도 상당한 차액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또 돈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당사에 관한 문제는 자민련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자민련 역시 ‘당을 팔아 돈을 벌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 보여 마포 당사는 양 당 사이에서 한동안 ‘애물단지’로 남을 전망이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