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현대 유니콘스의 전지훈련 장면. | ||
올해에도 각 구단은 새로운 곳보다는 지금까지 검증된 곳을 전훈 장소로 선정했다. 하와이, 호주, 일본 등이 대표적으로 인기 있는 곳이다. 1년 농사가 해외 전훈 동안 흘린 땀방울과 노력으로 나타나다보니 각 구단들은 장소 선정에서부터 현지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신경을 쓴다. 해외 전지훈련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봤다.
해외 전지훈련 기간은 보통 40∼50일 정도다. 이때 들어가는 비용은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4억5천만원에서부터 많게는 8억∼9억원까지 소요된다. 일본 후쿠오카로 장소를 정한 두산이 가장 저렴한(?) 예산을 책정해 놓은 반면, 삼성과 LG가 8억∼9억원으로 돈 보따리를 넉넉하게 준비해 놓고 있다. 나머지 구단의 평균 경비는 6억원 내외.
이렇게 일정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각 구단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는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짜는데 한 달 이상 공을 들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장소 선정이다. 물론 각 구단들은 현지 기후와 운동장 시설 등 훈련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를 택했던 롯데는 이번에는 호주와 일본 후쿠오카를 선정했다. 애리조나의 시설은 월등히 좋았지만 실전 시합할 파트너가 없어 힘들었기 때문.
지난해 하와이에서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두산은 예상대로(?) 방향을 틀어 전훈지를 일본 쓰쿠미로 결정했다. 91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곳이라 이웃집처럼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 2002년 초 기아팀의 하와이 전지훈련에 참가한 이종범 선수. | ||
덧붙여 그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열차로 40∼50분을 가야하는데 실제 이곳에서는 ‘사고’ 날 만한 장소도 없다”며 하와이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이 이번 장소 선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유일하게 국내(제주도)에서 동계훈련을 했던 한화는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자체 판단해 이번에는 미련 없이 하와이로 향했다.
또 기아와 현대가 1, 2차 전훈지로 하와이에 들릴 예정이고 세 팀간의 연습경기도 이미 잡혀져 있는 상태다. 투수진을 괌으로 먼저 보낸 SK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야수들과 함께 훈련할 계획이며 LG는 지난해에 이어 호주에 캠프를 차렸다.
이처럼 좋은 날씨와 시설을 우선시하는 구단들이 비공식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또 있으니 바로 숙소와 유흥시설과의 ‘상관 관계’다. 염경엽 운영팀장(현대)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훈련에 초점을 맞추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술집 등 유흥가가 있으면 유혹에 노출되지 않겠느냐”며 “모든 구단들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현대 캠프에서 술집을 찾으려면 택시로 30분, 택시비만 1백달러가 든다고. 이보다 한 술 더 떠 숙소에서 문만 열면 야구장이 ‘좌악’ 펼쳐져 있다고 한다.
LG의 1차 전훈지인 호주 시드니 훈련지에서도 역시 술 구경을 위해서는 ‘택시 타고 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삼성이 머무르는 하와이 마오이섬 역시 외진(?) 바닷가에 숙소가 위치해 있다.
올해 전훈에서는 기아와 한화만 하와이 한 곳에서 40일 전후의 기간을 모두 소화하며 나머지 구단들은 2월20일을 전후로 장소를 옮길 예정이다. 1차 전훈지에서 체력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들고 나서, 실전 시합을 할 수 있는 팀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것. 그만큼 비용이 더 들지만 선수들은 지루함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기호 운영팀장(한화)은 “하와이 전훈지는 작년까지 시민공원 형태였다. 그러나 ‘오하오 센트럴 파크’가 새로 확장하면서 쾌적한 환경을 갖추게 됐다”며 “기아, 현대와의 자체 시합으로 선수들 컨디션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와이에서 실전 시합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2차 전훈지가 필요 없다는 것.
한편 해외 전훈에서도 투수들은 야수들에 비해 ‘귀한 대접’을 받는다. 피칭 연습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몸이 필연적인데 따뜻한 기후 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 한화, 두산은 야수들보다 최소한 일주일 먼저 투수들만 해외로 내보냈다. 특히 SK는 지난 19일 괌으로 투수들만 내보냈다가 2월5일 야수들이 훈련하는 오키나와로 합류시킬 예정인데, 1월 말까지는 센 바람이 부는 오키나와의 기후까지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