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엔 총무비서관과 관련해 공공연히 나도는 한 가지 속설이 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총무비서관만큼은 건드리지 말자’는 암묵적 동의가 오간다는 것이다. 총무비서관은 자리 특성상 은밀한 일을 수행한다. 과거엔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전임 정부를 겨냥한 정치보복이 빈번하게 이뤄졌던 게 사실이지만 전·현 정권 인사들 사이에서 총무비서관만큼은 예외로 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던 사례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노무현 정부 총무비서관이 사법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검찰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을 뇌물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40년 지기로 참여정부에서 안살림을 도맡았다. 정 전 비서관은 피의자 심문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며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 했다. 구속 수감 중에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은 정 전 비서관은 오열하며 끝내 실신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친노 진영이 최근 박근혜 정부의 김백준 전 비서관 수사 움직임에 대해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며 차갑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노계의 한 의원은 “물론 총무비서관이라는 자리가 성역이 될 수는 없다. 정 전 비서관 역시 잘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전직 대통령을 잡기 위해 총무비서관 주변을 샅샅이 훑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어떤 비극적 결말을 냈는지 잘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