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생 인터뷰’중인 박경완(왼쪽)과 이병훈.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4월28일 잠실 LG전이 시작되기 전 더그아웃 부근에서 만난 박경완은 심한 목감기로 인해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포복절도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유쾌한 인터뷰를 기대했던 이병훈씨는 잠시 난감한 표정이었지만 두 사람의 평소 끈끈한 인간관계를 믿고 더그아웃 뒤쪽의 빈 공간에서 ‘환자’와 ‘해설가’와의 입담이 시작되었다.
이병훈(이): 요즘 홈런 때문에 신경 많이 쓰이지?
박경완(박): SK 창단 이후 기록과 관련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는데 솔직히 전 별로 신경 안 써요. 지금이 8월이라면 몰라도 이제 겨우 4월 말인데요, 뭘.
박: 홈런왕을 목표로 야구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다보니까 타이틀을 달게 되는 거지.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전지훈련 기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키운 덕분에 비거리가 많이 늘었어요. 타격폼도 달라졌고. 김성래 코치님과 비디오 분석을 통해 타격 자세의 문제점을 찾아내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폼이 나왔어요. 그 덕을 제대로 보고 있는 셈이죠.
이: 홈런에 신경 쓰다보면 자칫 투수 리드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박: 저도 그 부분이 걱정이에요. 작년엔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았거든요. 대신 개인 성적은 별로였죠. 그런데 올해는 거꾸로 됐어요. 그러다보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운동선수한테 술, 담배, 여자는 3대 금기사항이잖아. 세 가지 중 어떤 유혹이 가장 뿌리치기 힘들어?
박: 술은 전혀 못해요. 술을 마시면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고 입술까지 충혈되는 바람에 아예 안 마셔요. 유부남인 제가 여자 때문에 힘들다면 말이 안되는 거고, 담배는 정말 끊기 어려운 제 인생의 ‘유혹 덩어리’입니다. 여러 차례 금연운동을 펼쳤지만 번번이 ‘3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어요.
이: 술 못하는 박경완한테는 술 마시자는 제안보다 ‘녹용이나 한 사발 먹자’고 얘기하는 게 제격이네. 하하. 그런데 담배는 언제 처음 피웠어?
박: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송용’으로 얘기해야 되죠? 그러면 고3 때라고 할게요.
이: 그럼 ‘비방송용’은 뭐야?
박: 중3 때. 하하.
이: 결혼은 언제 한 거야? 와이프가 현대 구단 직원이었지 아마?
박: 2000년에 가정을 꾸렸죠. 99년 시즌 초에 만나 사귀기 시작했는데 와이프가 ‘복덩어리’예요.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좋아졌거든요. 2000년엔 홈런왕에도 올랐고.
박: 상대가 선배 수준의 여자였다면 제가 거부하죠. 어휴 그렇게 째려보지 마세요. 농담이니까. 하하. 와이프랑 저랑 성격이 정반대예요. 제가 느긋하고 여유가 있다면 와이프는 좀 급하고 외향적이죠. 고마운 건 집에선 절대로 야구 얘기를 꺼내지 않아요. 절 편하게 해주겠다고.
이: 다른 건 몰라도 먹는 데에는 돈 아끼지 않는다며? 평소 선배한테도 좀 쏘고 그래라. 그건 그렇고 특이하게도 신발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박: 정말 그래요. 마음에 드는 신발만 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겨요. 한번은 해외전지훈련 갔다가 가족들 신발까지 포함해서 스무 켤레나 사온 적이 있어요. 왜 그런 욕심이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신발에 관심이 갔고 다른 사람들 옷 구입하는 것처럼 전 신발에만 집착하게 된 거죠. 그동안 많이 버렸는데도 남아 있는 신발이 50켤레 정도는 돼요.
이: 신발 말고 또 욕심내는 게 있잖아.
박: 아, 방망이요. 올해 홈런은 모두 미즈노 방망이로 쳤을 때 나온 거예요. 그런데 미즈노 방망이가 모두 부러져서 지금은 한 개도 없어요. 주문을 했는데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선수 거 빌려서 치려고 하는데 잘 빌려줄지 걱정이네요.
이: 얘길 하다보니 조금 있으면 경기 시작할 시간이네. 멋진 멘트로 마무리를 하자고.
박: ‘생생 인터뷰’ 첫 번째 선수로 절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시즌 후 진짜 ‘홈런왕’이 돼서 다시 한번 만났으면 좋겠어요. 형, 고마워.
정리=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