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선거운동 기간동안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미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했다. 정치권, 재계, 언론사는 물론 외신들도 미공개 여론조사 확보에 열을 올려야 했다. 객관적인 언론매체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못함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초한 여론조사 결과가 ‘카더라’는 설 수준에서 유포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흘러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각색되거나 왜곡돼 유포된 예가 적지 않았다.
종종 판별분석 결과 이회창 후보가 앞선다는 입소문도 없지 않았지만, 조사주체, 조사일시, 조사기관 등 3가지 요건을 확인해본 결과 실제 판별분석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앞선 사례는 없었다. 후보 등록 이후 실시된 12월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회창 36.9%, 노무현 43.2%였고, 12월2일 실시된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이회창 39.6%, 노무현 42.9%, 같은날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는 이회창 36.7%, 노무현 42.9%였다.
12월4일 실시된 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이회창 34.4%, 노무현 38.1%였고, TN소프레스 조사는 이회창 36.4%, 노무현 45.6였다. 12월5일 미디어리서치 조사는 이회창 39.3%, 노무현 42.5%였고, 한국갤럽 조사는 이회창 36.2%, 노무현 40.5%였다. 후보 등록 이후 대선 초반전에는 노무현 후보가 작게는 3.3%에서 크게는 9.2%포인트 차로 앞섰다.
대선 중반에 들어서는 초반에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다가 후반들어 조금씩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경향을 보였다. 12월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회창 35.3%, 노무현 43.3%, TN소프레스 조사에서 이회창 35.6%, 노무현 43.9%로 각각 8.0%, 8.3%포인트 격차를 기록한 이후 12월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회창 34.7%, 노무현 44.3%로 9.6%포인트 격차를 기록했다.
그러나 12월10일 2차 TV토론 이후에는 11일 TN소프레스 조사에서 이회창 37.3%, 노무현 43.4%, 12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이회창 37.0%, 노무현 42.5%로 지지율 격차가 6.1%, 5.5%포인트로 조금 좁혀지는 양상을 보였다. 대선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노무현 후보가 6~7%포인트 차로 앞선 상태에서 지지율이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12월15일 TN소프레스 조사에서 이회창 37.6%, 노무현 44.5%를 기록한 것을 비롯, 한국갤럽 36.2%, 노무현 42.9%를 기록했고, 17일 TN소프레스 이회창 37.1%, 노무현 43.7%, 한국갤럽 이회창 37.1%, 노무현 42.4%를 기록했다. 단순지지도 면에서 노무현 후보가 6~7%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었고, 투표율, 투표성향 등을 감안한 판별분석에서도 작게는 1~2%, 크게는 4~5%포인트 차로 노무현 후보가 줄곧 앞서왔다.
12월19일 대선 투표율은 70.8%, 후보자 득표율은 노무현 당선자 48.9%, 이회창 후보 46.6%로 나타났다. 통상 여론조사에 나타난 무응답층이 기권으로 돌아섰다고 전제할 때, 두 후보자간 득표율은 대선 이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다.
물론 대선 투표 7시간30분 전 막판변수로 등장한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지지철회’는 전반적으로 투표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방송3사가 발표한 대선 결과 예측보도는 KBS가 지지율 격차를 정확히 예측 보도했고, MBC와 SBS는 노무현 우세를 맞혔다.
그렇다면 당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지지율 격차를 정확히 맞힌 KBS는 미디어리서치에 투표 당일 출구조사를 의뢰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차장은 “전국 1만3천여 개 투표소 가운데, 16개 시도 유권자 비율에 맞춰 2백 개의 투표소를 추출했다”며 “오후 5시까지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측프로그램을 돌려 조사 결과를 뽑아냈다”고 정확한 예측보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미디어리서치는 MBC와 SBS 출구조사를 담당했던 코리아리서치센터나 TN소프레스가 투표자 7명당 1명꼴로 응답을 받은 데 반해, 투표자 6명당 1명꼴로 응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