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 ||
이 총리가 골프로 인해 곤욕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04년 6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물불’을 안 가리고 골프를 쳤고 구설수에 올랐다. 그리고 그때마다 특유의 독설로 정면 돌파하거나 의외의 대국민 사과 등을 통해 위기를 모면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이전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느낌이다. 일단 골프를 친 3월 1일이 국민생활과 직결된 철도노조 파업 첫날이었다는 점에서 그렇고 같이 골프를 친 사람들이 주가조작,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사법처리를 받았던 인사들이라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총리와 골프, 그 악연의 끈을 따라갔다.
이 총리는 45세가 넘어 골프를 시작한 늦깍이 골퍼다. 3선 의원이던 시절 이훈평 의원이 골프를 권했고 또 처음 골프장에 데리고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이 총리의 골프 사랑은 남달랐다. 측근들은 이 총리가 건강관리의 일환으로도 골프를 이용했다고 말한다. 한때는 주에 한두 번 골프장에 나가기도 했고 실력도 크게 늘었다. 또 골프에서도 특유의 깐깐한 성격이 묻어나와 퍼팅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함께 치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총리는 총리가 된 후에도 골프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이 총리가 골프로 인해 처음 구설수에 오른 것은 총리가 된 지 만 3개월이 되던 2004년 9월이었다. 군부대 오발사고 희생자 조문을 가기 직전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과 기업인 등이 함께한 자리였다. 당시 여론은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계시는 분이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군에 갔다가 변을 당한 군인들에게 마지막 예를 갖추지 못한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들끓었다.
식목일인 지난해 4월 5일 대규모 산불로 인해 문화재가 유실되고 온 국민의 걱정이 깊어질 때도 이 총리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총리는 처음으로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온 그는 “식목일에 골프를 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의 유효기간은 채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장맛비로 남부지역에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던 지난해 7월 2일 그는 또다시 제주도에서 골프를 쳤다. 당시 라운딩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기우 총리 비서실장, 여자프로골퍼 송 아무개 선수 등이 함께했다. “총리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수해상황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즉각 보고를 받기 때문에 일처리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고 총리실은 해명했지만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재해 재난업무를 총괄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인 총리가 호우를 피해 제주도까지 건너가서 골프를 쳤다는 것은 상식 이하”라며 “총리 그만두고 프로골퍼로 나서라”고 비난했다. 이 총리는 “잠시 골프채를 놓겠다”, “장마철인 7월에는 골프를 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에야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구설수는 아니지만 그의 골프 정치가 화제가 된 일도 있었다. 지난해 8월 DJ정부 시절 국정원 도청문제로 시끄러웠을 당시 이 총리는 김종필, 이한동, 김석수 등 DJ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인사들을 모아 골프를 쳤다(<일요신문> 694호). 당시 총리실측은 “순수하게 안부를 묻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정국상황과 관련, 많은 궁금증을 낳은 모임이었다.
이 총리의 골프파문은 지난해 12월 31일 <일요신문>이 보도한 브로커 윤상림과의 골프회동으로 절정을 맞았다. ‘이 총리가 윤 씨의 배후가 아니냐’는 야당의 의혹 제기로 인해 논란은 증폭됐다. 지난 2월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해찬 총리를 상대로 이 문제와 관련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브로커 윤상림과 놀아났다”는 홍 의원의 공격에 이 총리는 “누가 놀아났다는 것이냐”며 고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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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