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무진장’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범상치 않은 얼굴과 0.1t에 육박하는 거구에서는 보통 땀과는 다른, ‘희망의 육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재기를 꿈꾸는 그의 단호한 의지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 승리투수가 돼 인터뷰 한 것을 빼고, 이렇게 특집 인터뷰에 초대된 기억은 전혀 없다며 긴장하는 노장진. 오히려 그 모습에 매료된 채 인터뷰는 시작됐다.
이병훈(이):어이. ‘무진장’오랜만이다. 이사는 갔냐.
노장진(노):형님, 안녕하세요. 아직 이사는 못했어요.
이:왜? 집사람이 이번 기회에 헤어지자고 한 거냐(웃음).
노:(손사래를 치며) 아니요. 부산에 아직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지 못했어요. 대구 집은 벌써 빠졌죠. 지금도 저 혼자 숙소에서 지내고 있어요.
이:롯데로 온 기분은 어땠니.
노:잘 된 일이죠. 사실 삼성에서는 따돌림을 당했어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삼성에서 마음이 떠나더라고요.
이:삼성에서 한두 차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
노:있었죠. 첫 사건은 원정 경기 마치고 한 모임에 참석했다 벌어진 거예요. 모임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순간 코치 한 분과 맞닥뜨렸는데, 그 분이 다짜고짜 뺨을 때리잖아요. 그 이후 저는 2군으로 내려갔었죠.
이:‘행방불명’된 적도 있잖아.
노:그 사건도 새벽에 일어났어요. 그날도 새벽에 숙소로 들어오는데 (김응용) 감독님과 정면으로 마주쳤어요.
이:참. 너도 재수 ‘더럽게’ 없구나.
노:솔직히 그래요. 당시 저는 감독님이 어디로 전화를 하시기에 저는 짐을 싸서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스스로 나와 버렸어요. 그 뒤로 집사람한테만 연락하고 ‘잠수’탓죠.
이:야구를 그만두고 싶지 않았냐.
노:야구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래서 곧바로 숙소로 돌아갔죠.
이:다시 생각해도 너는 재수가 없는 것 같다.
이:(콧노래로) 탈출은 아무나 하나.
노:형님은 현역 때 이 방면에는 ‘귀재’셨잖아요. 비법 좀 알려주세요.
이:야. 나 요즘 이미지 좋다. 그런 소리 마라. (화제를 급히 돌리며)야. 양상문 감독이 처음 너에게 했던 말은 뭐냐.
노:첫 마디가 “너를 믿는다. 열심히 하자”였어요. 그리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상의해라 하셨죠. 그 순간 정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아차. 지금 생각났는데 너 한화에서도 야구 안 한다면서 현역 입대했잖아.
노:한화 사건도 너무 억울해요. 사실 그 당시 입대 보름 전에 영장이 나왔거든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죠. 결국 고민 끝에 구단과 상의하고 입대를 했어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제가 마치 군대로 도망간 것처럼 기사를 쓰더라고요.
이:롯데에서 친하거나 잘해주는 선수는.
노:정말 모두가 잘해줘요. 고맙죠. 특히 (이)상목이 형하고는 한화 때부터 친했어요. 힘이 많이 돼요.
이:둘이 술은 자주 마시니.
노:형님, 지금 저를 취조하세요? 술 안 마셔요. 운동에 전념할 겁니다. 최소한 시즌 중에는 안 마실 겁니다.
이:(눈을 희미하게 뜨고 힐끔 쳐다보며) 그래? 오늘 경기 끝나고 나랑 한잔할까? 내가 거나하게 쏠게.
노:(기다렸다는 듯이) 네. 연락주세요(동시 웃음) 농담이고요. 저도 한다면 하는 놈입니다. 믿어주세요.
이:집사람도 너 보면서 힘들었겠다.
노:그렇죠. 항상 미안해요. 오죽하면 집사람은 제가 방황할 때 야구하기 싫으면 그만두라고 말하곤 했어요. 옆에서 지켜보기가 힘들었나 봐요. 저 때문에 눈물 흘린 적도 많아요.
이:(살짝 분위기 바꾸며) 구단이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던데, 너는 어떤 보직을 원하냐?
노:지금은 팀에서 원하는 바대로 충실히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같아요. 원래 마무리가 약한 팀 상황에서 소방수 역할을 맡은 만큼 팔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던질 겁니다.
이:그래 팔은 그대로 놔두고 열심히 해라. 더운데 고맙다.
노: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