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선 A선수는 B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동료 선수들의 부모들이 거둬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워낙 군계일학의 실력을 지녔던 탓에 대학과 프로구단의 구애도 만만치 않았다. A선수는 집안사정을 생각해 돈을 벌 수 있는 프로행을 원했다. 하지만 장학금을 주던 학부모들은 다른 속셈이 있었다. 대학에 진학할 실력을 갖추지 못한 자식들의 대학행을 위해 이 선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미리 B고등학교 감독과 C대학 감독간의 교감도 끝나 있었다. C대학은 B고등학교가 원하던 지원금을 주기로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A선수의 영입을 확답 받았다. A선수에게도 프로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한 돈과 명문대생이란 명예를 안겨줬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포함됐다. A선수가 C대학에 입학할 때 B고교 축구부 선수 한두 명을 함께 데려간다는 조건이었다. 일명 ‘끼워팔기’가 행해진 것이다.
이런 경우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고등학교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전력이 막강했으므로 명문 C대학을 고집하지 않고 눈높이를 낮춘다면 다른 대학에 자식을 입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성적과 선수 개인의 실력이 떨어진다면 오고 가는 돈은 수천만원대로 올라간다. 그러다보면 학부모가 고등학교 감독을 거간꾼으로 해서 대학 감독과 연결을 시도한다. 고등학교와 대학 감독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돈 때문에 수준 이하의 선수를 입학시킨다.
지난해 이런 문제로 해임되고 외국에 체류중인 국가대표 출신의 전직 D대학 감독인 E씨는 아주 노골적이었다. 서울소재 대학 감독이었던 E씨는 고등학교 축구부 선수들 중 가정이 유복한 선수를 골라 학부모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썼다.
그는 “아이를 우리 대학 축구부에 입학시켜줄 테니 사례를 표하라”고 거리낌없이 요구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서울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자식을 입학시켜줄 수 있다는 축구감독의 확신에 수천만원의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특히 문제는 고등학교 감독과 대학 감독이 입시비리를 관행처럼 당연시하는 도덕적 해이에 있다. 감독이 선수입학에 관여해 돈을 받아도 결국엔 그 돈을 다시 축구팀을 위해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말하는 제도적인 결함이란 고등학교 축구팀의 감독과 코치들이 박봉에 시달린다는 설명이다. 한달에 1백50만~2백50만원 정도의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축구팀에 필요한 물품이나 경비로 자신의 돈을 내놓는 현실 앞에서 뒷돈을 만들어놓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단지 핑계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축구계 인사의 지적이다.
전직 대학감독인 F씨는 “한 고등학교 감독은 홍콩에 가서 명품을 사 모으고 고급차를 몰고 다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내에 위치한 이 고등학교의 축구팀 감독의 월급은 2백만원 정도. 그러나 그의 씀씀이는 유명하다.
지난해 해임된 D대학 E감독은 학부모들로부터 챙긴 돈을 코치들은커녕 축구팀을 위해서는 단돈 1원도 내놓지 않고 도박으로 탕진해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산 바 있다.
또 대학 감독들은 고등학교 감독들에 비해 나은 대접을 받고 있어 축구팀 운영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별명이 ‘에이전트’인 명문 대학 감독 G씨는 고등학교 선수들의 대학입학과 프로진출에도 깊숙이 관여해 돈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이 문제로 특정 선수의 에이전트와 말다툼까지 벌어졌다.
이 에이전트는 “고등학생의 대학 입학 때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돈이 많아야 수천만원이지만 프로는 최소 몇억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감독이 직접 개입한다”고 털어놨다.
축구계에서는 프로구단의 용병비리사건과 마찬가지로 대학입학과정 비리에 대해서 “터질 게 터졌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제보가 있지 않으면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얼마나 밝혀질 수 있을지 의구심도 높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