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0년 6월 평양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6년 만의 재회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 ||
이미 6월 방북을 예고한 바 있는 김 전 대통령은 6월 중순쯤 20여 명의 기업인을 동반한 방북단을 구성, 북한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정부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광산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광업진흥공사(광진공)와 개성공단 관련 기업인 등을 다수 방북단에 포함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두 달여 남은 김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북한 방문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틀 것인지, 국내 정치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김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과 일정을 들여다봤다.
김 전 대통령의 6월 방북 계획은 이미 수차례 예고되어 왔다. 지난 3월 김 전 대통령은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방문한 대구 영남대에서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내가 6월에 방북하면 거기에 대한 설명도 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혀 사실상 6월 방북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한 준비도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말(4월 21~24일)로 예정된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계획은 올해 초 시기와 관련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초 4월로 계획됐던 방북일정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5월 3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시기를 조정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김 전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그의 방북은 6월로 미뤄졌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시기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 2월 20일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발표문을 통해 “방북 시기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6월 중으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방북 시기를 6월 중으로 계획하고 관계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 지난 2002년 9월 경의선 착공식 장면. DJ는 이 철도로 방북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 ||
김 전 대통령의 방북단에 포함될 예정인 한 재계 인사는 “6월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일정에 기업인들이 참석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북한 광산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광진공 박양수 사장과 개성공단 사업 관련 기업인 들이 다수 포함될 예정이다”고 밝혀 이를 확인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방북단에 포함될 인원은 재계 인사만 20명이 넘을 전망이다.
그는 또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리측 사정만이 아니라 북측의 계획과도 맞춰야 하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1~2주 안에는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대북사업을 진행 중인 광진공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그간 김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에서 광진공이 거론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광진공은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는 박양수 씨가 사장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은 김 전 대통령의 특보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사장과 친분이 깊은 한 인사는 “박 사장이 이번 김 전 대통령의 방북준비를 많이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진공측은 이러한 추측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광진공 측의 한 인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에 대해 광진공은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바도 없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광진공은 현재 북한의 흑연, 철광석 등 광산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중국 민족경제개발총공사와 공동으로 북한 평안북도 의주군의 덕현광산을 개발해 이번 달부터 철광석을 생산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달 말 박 사장을 포함한 광진공 관계자 10여 명은 이들 사업과 관련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김 전 대통령측의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직 북측에서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방북은 6월 중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기업과 함께 방북을 준비한다는 등의 얘기는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아 달라”고 밝혔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