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19일 클리블랜드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슛을 막고 있는 하승진(가운데). 로이터/뉴시스 | ||
최성욱(최): 영어는 많이 늘었어요?
하승진(하): 훈련하고 게임 쫓아다니느라 공부에 전념할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동료들과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요.
최: 포틀랜드 생활에 만족하나요?
하: 나쁘진 않아요. 운전할 때 차들이 양보도 많이 해주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인심이 좋아요.
최: NBA 드래프트에 뽑히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하: LA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정말 피눈물나게 훈련했어요. 하루에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눠 꼬박 세 차례씩 강훈련을 했고 주말에도 거의 쉬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너무 훈련을 많이 한 나머지 오른쪽 정강이에 피로골절이 생겨 무척 힘들었습니다. 피로골절은 쉬면 낫는 병인데 당시엔 드래프트를 앞두고 테스트를 받으러 다녀 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참 고생스러웠죠.
최: 드래프트에 뽑힌 뒤 하부리그에서 한참 뛰었잖아요.
하: 원래는 구단에서 유럽리그에 보내 경험을 쌓게 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내가 부상을 호소하자 유럽 대신 구단에서 운영하는 ABA리그 포틀랜드 레인(Reign) 팀으로 보낸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에요. 아마 유럽에 갔다면 지금처럼 NBA에 합류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웃음)
▲ 구단홈페이지 월페이퍼 | ||
하: ABA와 NBA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예요. 레인팀은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훈련 여건 등이 좋지 않았거든요. 한번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게임이 있었는데 구단에서 싼 비행기 티켓을 끊느라 LA까지만 비행기로 가고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차로 이동한 적이 있어요. 좁은 미니밴에서 다리도 쭉 뻗지 못하고 4시간 이상 갇혀있어야 했죠. ABA에서는 감독이나 코치도 손수 차를 몰고 다음 경기장으로 이동해요.
최: ABA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하: 동료들과 훈련하고 많은 경기를 뛰면서 미국 농구가 어떤 것인지를 좀 더 알 수 있었어요. 선수들은 대부분 체격조건이 좋고 파워가 있을 뿐 아니라 스피드도 좋아요.
최: 어릴 적 우상이라던 샤킬 오닐이 소속된 마이애미 히트와 NBA 데뷔전을 치렀는데 당시 소감이 궁금해요.
하: 한마디로 짜릿했죠. 한편으론 출전 시간이 짧아 좀 아쉽기도 했구요. 샤킬 오닐과 한번 붙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들어가니까 샤킬 오닐이 나가던데요.(웃음) 하지만 샤킬 오닐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대선수가 되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최: NBA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하: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 ABA리그와는 완전 다르죠. 오히려 개인적으로 NBA에 빨리 온 것이 잘 됐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ABA리그에서 더 경험을 쌓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내 생각엔 NBA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쌓는 것이 더 낫다고 봐요. 사실 ABA리그는 연봉이 낮아서 선수들 의욕도 적고 재정도 탄탄하지 못해 훈련 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거든요.
최: 계약조건에는 만족하나요(3년 계약에 2백만달러, 4년째는 1백만달러(구단 옵션))?
하: 사실 돈의 액수보다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일단 3년 동안 맘 놓고 운동을 할 수 있잖아요.
최: 언제쯤 NBA의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서게 될까요?
▲ 하승진 선수 | ||
최: NBA는 전용기를 타고 이동을 하잖아요. 그 생활을 잠깐 소개해 주세요.
하: 팀 전용기는 보잉 757인데 2백명 정도 타는 큰 비행기예요. 보통 스태프 선수 등 40명이 타고 다녀요. 당연히 자리는 텅텅 비죠. 호텔은 항상 일급호텔에 묵는데 룸서비스가 너무 비싸요. 조그만 물 한 병에 12달러가 넘으니까요.
최: 원정경기를 가면 주로 무엇을 먹어요? 한국음식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하: 호텔방에서 주로 룸서비스를 시켜서 먹어요. 한국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밥 먹는 비용은 구단에서 얼마씩 주는데 그 한도 내에서 먹으면 돼요(구단에서 보통 하루 99달러 지급).
최: 국내팬들의 기대가 아주 큽니다. <일요신문>을 통해 인사를 전하세요.
하: 정말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 온 뒤 많이 발전했고 스스로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 반드시 NBA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겠습니다.
미국 포틀랜드=최성욱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