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한국과 이집트와의 친선경기 때 이천수의 모습.최근 그의 국내복귀설이 흘러나오면서 그 배경에 대해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다. | ||
이천수는 스페인 진출 초기만 해도 이상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자신감 넘치는 행동과 발언으로 스페인에서도 톡톡 튀었다. 당시 베컴과 맞서겠다는 그의 발언이 스페인 신문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2003년 스페인리그 진출 뒤 첫 경기인 에스파뇰전에서 골과 다름없는 어시스트로 주간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의 초점에 들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천수는 부상과 자신감 상실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컨디션 난조의 슬럼프에 빠진다. 원 소속구단인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주전확보에 실패한 이천수는 누만시아로 임대되면서 주전을 꿰찰 수 있었지만 벤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천수는 주위에 출전수당(1천8백만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재정상태가 열악한 누만시아가 이천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이천수가 골을 넣는 선수였다면 돈 때문에 엔트리에서 배제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천수의 발언이었다. 스페인의 최대 스포츠지인 ‘마르카’는 “베컴을 능가하겠다고 외친 이천수가 이제는 돌아가야하는 신세가 됐다”고 비아냥거렸다. 엘문도데포트티보 신문도 “레알 소시에다드 구단이 이천수에게 투자했던 이적료의 절반이라도 건지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천수가 2003년 시즌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있을 때 다수의 스포츠 신문 축구기자들은 20대 여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이천수와 이천수의 친구인 모 대학 축구선수 등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폭행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니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사건을 접수받고 수사를 벌이기까지 했었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이천수의 친구인 대학축구선수가 여자를 때렸고 밝히기 민망한 이유가 폭행원인으로 명시돼 있었다.
▲ 이천수가 지난 2003년 이적계약서에 서명하던 당시 모습. | ||
이천수는 올 초까지 정식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에이전트사가 없었다. 고려대에서 울산으로 입단할 때에도 에이전트 없이 계약했다. 2003년 스페인 진출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스페인 에이전트는 울산과 레알 소시에다드 사이의 거래만 개입했을 뿐이었다. 당시 이천수의 에이전트로 알려졌던 S씨도 사실은 일을 봐주는 후견인 정도였다. S를 이어 이천수를 도왔던 L씨도 이천수의 에이전트로 전해졌지만 정식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이천수와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조건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 항공료와 체류비 등을 에이전트가 부담하고 통상 에이전트 수수료(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를 수수료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천수의 계약건뿐 아니라 그의 생활까지 관리해줄 수 있는 에이전트의 중요성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았느냐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천수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 관계자는 “선수는 운동만 해서 정확한 사리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누구보다 가족의 영향이 크다. 가족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선수의 장래가 흔들린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아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