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9년 일본에서 2승을 거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PGA Q스쿨을 통과한 최경주는 미국 투어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혼자였다.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던 탓에 가족도 없고, 매니저도 없었다. 모든 곳이 처음인 미국 골프장을 혼자 찾아다닌 것.
이 때 특징이 하나 있다. 최경주는 어느 지역이든 항상 도착하면 밤이건 새벽이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숙소보다 먼저 골프장을 찾았다. 이유는 다음날 골프장을 제시간에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최경주의 고생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번 돈을 미국투어에 모두 투자한 까닭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숙소는 인(한국식으로는 여관) 수준. 종종 바퀴벌레까지 나오는 형편없는 시설에 때로는 옆방 미국남녀가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소리로 잠을 설쳐야 했다.
완도 촌놈으로 웬만한 난관은 이겨내는 최경주지만 워낙 힘들었기에 한이 맺혔다. “내년에는 자신있다. 다시 Q스쿨을 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최경주는 2000년 상금 134위로 풀시드 카드를 얻기 위해 다시 Q스쿨을 치러야했다. 물론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라는 Q스쿨을 당당히 다시 통과했다. 이후 2000년 고생을 바탕으로 2001년 상금 65위, 2002년 2승에 상금 17위 등 세계적인 선수로 급성장했다.
보통 선수들은 “스폰서가 생기면 미PGA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최경주는 스폰서 없이 모든 것을 해냈다. 그래서 최경주가 존경스러운 것이다.
두 번째 최경주는 말을 잘한다. 더듬지도 않고 말 자체도 논리 정연하다. 여기에 적절하게 구수한 유머까지 섞으니 기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방귀 일화를 소개한다.
96년 준우승만 네 번 하던 최경주가 드디어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생방송 우승 인터뷰가 걸작이었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오는 법입니다.” 이를 보던 사람들은 뒤집어졌다. 아무리 유머라지만 적나라한 비방송 용어가 우승 소감으로 생방송을 탄 것이다.
더욱 압권은 이 물의를 해소한 최경주의 방법이다. 며칠 후 한 인터뷰에서 “지난 번 생방송에서 방송에 적당하지 않은 용어를 써 죄송합니다.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로 정정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사람이 밉지 않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최경주의 두 가지 정신적 지주는 종교(기독교)와 가족이다. SK텔레콤 우승 후 각종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아내 김현정씨가 치과 치료차 병원에 입원하자 대부분 정중히 거절했다. 아내가 아픈데 무슨 대외활동이 중요하냐는 얘기다.
최경주의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마스터스의 경우 우승자가 정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최경주는 전라도식 신김치로 걸죽한 김치찌개를 끓이겠다고 했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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