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시작되는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서머캠프 참가를 위해 27일 출국한 방성윤은 KTF와 계약을 맺진 못했지만 6월 말까지 수시로 계약과 관련,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농구계를 강타한 ‘방성윤 사건’의 속사정을 알아본다.
2005년 1월3일. 한국농구연맹(KBL)은 35명의 2005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명단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중엔 NBDL리그에서 한창 NBA를 향해 꿈을 키워 가던 방성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명단에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KBL의 마구잡이식 일처리로 인해 방성윤은 자신을 지명하는 KBL 구단과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향후 5년간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5년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2월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상위 지명권 기회를 갖고 있던 부산 KTF, 울산 모비스, 안양 SBS, 서울 SK 4팀 모두 방성윤을 염두에 두고 1순위 지명권이 나오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부산 KTF’가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쥔 순간, KTF의 추일승 감독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방성윤을 지명한다. 방성윤과 KTF의 질긴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월 말, KTF의 김기택 사무국장과 정선재 홍보과장은 ‘내 새끼를 챙기는’ 마음으로 방성윤을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다. 당시 잇따른 원정 경기에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던 방성윤은 한국에서 자신을 찾아온 ‘소속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큰 위안을 얻는다. KTF 관계자들은 무한대로 사용이 가능한 국제전화 휴대폰과 노트북을 안겨주면서 방성윤의 마음을 국내로 돌리기 위한 ‘당근’을 던진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방성윤은 자신의 NBA를 향한 변함없는 의지를 명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BA 진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KTF 측의 의사를 전달받은 방성윤은 이후 로어노크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 후 지난 4월24일 귀국길에 오른다. 댈러스에서 열리는 서머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5월 말이면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야하는 방성윤에게 한국에서의 한달은 KTF와의 계약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언젠가는 KBL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에 KTF와 원활히 계약을 맺고 싶다던 방성윤과 NBA행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던 KTF 사이에 문제는 전혀 없어보였다.
그러나 귀국 이틀 후인 4월26일부터 양측의 갈등은 시작됐다. KTF가 방성윤을 만나기 위해 주선한 저녁 식사 자리에 방성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에이전트사인 IMG 관계자만이 참석한 것이다. 이날의 해프닝은 한 달 가까이 이어질 양측의 지리한 줄다리기의 서막이었다.
KTF가 처음에 내놓은 입단 조건은 ‘올해부터 팀에 합류해서 국내 경기에 출전하되 앞으로 2년 동안 NBA측에서 연락이 오면 언제든지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방성윤측은 ‘국내에서 뛰면서 NBA행을 타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NBDL에서 앞으로 2년간 더 뛰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줄다리기의 과정 속에 KTF는 KBL이 인정하는 에이전트가 아닌 IMG를 협상 파트너에서 배제하려고 했고, 양측의 감정싸움은 심각해져만 갔다. 급기야 KTF가 방성윤에게 제공했던 노트북과 로밍휴대폰을 회수해가면서 결별을 선언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방성윤측 역시 ‘최악의 경우엔 KTF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향후 5년간 일본이나 중국에서 뛰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는 말이 농구계에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출국 문제로 방성윤측은 KTF의 동의가 절실한 상황을 맞고, 5월20일 KTF측의 요구대로 IMG를 배제한 채 직접 만나 서로의 오해를 푸는 시간을 갖는다. 3일 후인 23일 방성윤은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KTF와의 오해를 모두 풀었다. 우선 미국으로 출국해 서머리그에 참여할 것이며 전화 통화를 통해 원만한 접점을 찾아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힌다. 방성윤은 24일에도 IMG 관계자를 대동하지 않은 채 KTF 본사를 찾아 강종학 단장과 20여분간 면담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계약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이미 KTF가 2년간의 기간을 보장한 상태에서 방성윤이 선뜻 입단 합의서에 도장을 찍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F의 한 관계자가 “방성윤측이 제시한 금액을 보면 ‘벽을 잡고 울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어마어마하다”고 말한 점이나 ‘50억’ ‘70억’ 등 방성윤 측에서 요구했다는 금액의 추정치가 공공연히 떠도는 것을 보면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성윤과 KTF의 지리한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내내, 방성윤의 에이전트사인 IMG측은 앞뒤 가리지 않는 행보를 보이며 ‘한국 농구의 희망’ 방성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방성윤이 어느 팀에서 뛰든, 그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지금 현재 IMG의 손아귀에서 방성윤의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방성윤이 IMG와 계약을 맺은 시점에 터져 나온 소문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에이전트사가 가능성 있는 신인을 눈여겨보고 계약을 맺자고 제의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방성윤은 당시 연세대 고위 관계자를 통해 IMG측에 오히려 돈을 주고 자신을 NBA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IMG는 더 이상 방성윤이 운동에만 전념하게 해주는 에이전트사의 기능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방성윤 역시 언제까지 에이전트사의 올가미에 사로잡힌 채 그들의 이익을 위해 끌려 다닐지 알 수 없다.
허재원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