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해영, 김태균 성실 맨 & 이호준, 서튼 믿을 맨
4번 타자면서 도루왕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이순철 감독(LG)은 “팀 사정에 맞게 라인업을 짜다 보니 (박)용택이가 4번으로 간 것이지 다른 큰 의미는 없다”며 태연해했다. 오히려 주변의 호들갑스러운 반응과는 달리 조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런 형태에 대해서 조금 답답한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LG로서는 발 빠른 박용택이 4번에 포진하면서 나쁠 것도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대부분 4번 타자들이 그렇게 걸음이 빠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박용택의 경우는 구장이 크고 넓어서 오히려 장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
가을에도 야구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양상문 감독(롯데)은 “용병보다는 롯데를 앞으로 10년을 끌어갈 프랜차이즈 선수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이)대호를 선택했다”며 장기 구상에 따른 포석임을 강조했다. 이대호가 충분히 4번 타자가 갖춰야 할 힘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흡족한 건 아니지만 무난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경문 감독(두산)은 김동주의 야구 흐름을 읽는 안목과 센스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동주는 다른 팀 4번 타자처럼 한방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회가 오면 유독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다”며 “감독이 추구하는 팀플레이를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5월 동안 홈런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타점은 높았다는 것이 그 좋은 예라는 설명이다.
다른 감독들의 의견은 크게 ‘성실맨’과 ‘믿을맨’으로 요약된다. 유남호(기아), 김인식 감독(한화)은 마해영과 김태균에 대해서 “요령 피우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 내는 성실한 선수로 앞으로도 붙박이 4번 타자감”이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김재박(현대) 감독은 “서튼은 여러 기록에서도 보여주듯 기복이 없는 편이라 믿을 수밖에 없는 선수”로 요약했고 조범현 감독(SK)은 “(이)호준이의 성적이 말 그대로 우리 팀의 성적”이라며 4번 타자에 따라 팀 승패의 희비도 엇갈린다고 말했다.
한편, 선동렬 감독(삼성)은 심정수에 대해서 “파워가 있어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해결사 노릇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다가도 “지난 제주 경기에서는 욕심을 내다 퇴장까지 당했는데 이후에도 쉽게 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좀 더 성숙한 플레이를 주문하기도 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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