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골퍼의 매니저인 송영군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까닭에 외부인, 그것도 남자 기자로는 어렵게 이들과 함께 밤낮으로 움직였는데 솔직히 골프기자 8년 만에 이런 색다른 경험은 처음이었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스코어, 그리고 경기 모습이 아닌 미 LPGA 선수들의 일상사를 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먼저 골프를 쳤다. 정일미 프로와 한 조였는데 골프기자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만큼 땅만 파고 다녔다.
두 골퍼와 함께 라운딩하면서 본 프로의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TV화면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의 경우 정 프로는 미 LPGA에서 결코 장타자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드라이버는 물론이고, 3, 5, 7번 우드까지 그렇게 똑바로 멀리 갈 수가 없었다. 아이언은 한국 최고의 선수 출신답게 치면 핀으로만 향했다. 저렇게 잘 치는데도 우승 없이 상금랭킹 56위라니.
대회를 앞두고 이들의 생활은 연습의 연속이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 LPGA 멤버라고만 하면 공짜로 연습라운딩을 어디에서건 할 수 있기 때문에 연습량은 더욱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손 프로의 어머니를 픽업하기 위해 LA공항에 다녀오는 사이 정 프로는 4시간이 넘도록 퍼팅연습에 몰두할 정도였다.
일주일 동안 정 프로와 손 프로 그리고 송 매니저와 함께 다니면서 차마 지면에 옮기기 힘든 선수들의 사생활에 관해서 많이 들었다. 26명 풀시드를 가진 한국선수들 집단은 따라다니는 가족을 포함해 서로서로 아주 작은 일까지도 알고 지냈다(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갈등도 있고,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생활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매일 골프를 치고, 또 만나는 사람만 만나다 보니 화제가 없고, 또 그러다보니 대화의 수준이 유치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누가 헤어스타일을 바꿨다든가, 말실수를 했다든가 하는 아주 작은 일이 큰 화젯거리였다.
쉴 때에는 주로 인터넷, 게임기, 만화 보기, 한국 TV프로그램 비디오 보기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정일미를 비롯해 박세리 김미현 등 결혼적령기의 골프스타들이 왜 결혼하기가 쉽지 않은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은 미국 캐디에게 기자를 정일미 프로의 피앙세로 소개하는 장난을 쳐 재미를 구할 정도로 심심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미 LPGA의 한류스타들. 골프는 그들의 도전 대상이지만 그 도전을 위한 과정은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이런 생활을 매주 미국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한다고 상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정 프로뿐 아니라 이제 갓 스무 살로 아직도 엄마 없으면 외로움을 타는 손세희 프로,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가 이런 외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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