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과 리더십, 인물됨 등은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후보 선택의 주요 조건. 하지만 국민의 의무인 병역과 납세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것도 각 후보의 자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이에 ‘일요신문’은 주요 정당의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병역과 재산, 납세 현황을 단독 조사했다.
이번 조사 결과 광역단체장 후보들 중 4명에 1명은 군 복무를 면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후보들 중 최고 및 최저 재산 보유자의 재산 차액은 무려 2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 부분에서는 지난 2005년 1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한 후보들이 있는가 하면 한 푼도 내지 못한 후보들도 있었다. 과연 우리 시·도에 나온 단체장 후보들은 어떨까.
[편집자 주]
이번 조사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여야 5개 정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및 유력 무소속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모두 49명의 후보가 재산·납세·병역 사항 중 전부 혹은 일부 내역을 공개했다. 선관위 후보 등록에 앞서서 조사가 이뤄진 관계로 일부 후보들은 관련 자료가 부족하거나 향후 선관위 발표 자료와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밝혀둔다. 재산과 납세는 2005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재산]
각 당의 광역단체장 후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소유한 사람은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제주)다. 총 재산은 270억 2000만 원.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현 후보는 31억 2000만 원 상당의 부동산과 예금 110억 8000만 원, 118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의 대부분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특히 비상장주인 삼성생명 주식의 경우 28만 800주를 가지고 있다.
지난 99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실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2만 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상장시 가치를 주당 7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현 후보의 삼성생명 주식은 1965억여 원어치에 이른다.
재산 2위는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경기). 진 후보 역시 삼성 CEO 출신으로 재산 총액은 165억 7000만원. 이 가운데 예금이 117억 원이다. 장관 시절인 지난해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대신 보유 주식을 처분해 전년도에 비해 40억 원의 재산이 불었다. 부동산으로는 미국의 단독주택 한 채와 타워팰리스 두 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재산 3위는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부산)다. 오 후보의 재산은 79억 9000만 원. 전년도에 비해 4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대한제강이 상장되면서 오 후보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제강 주식 16만 7040주의 가치가 40억 원가량 불어났기 때문이다. 대한제강은 오 후보의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로 현재 오 후보의 큰형이 경영하고 있으며 오 후보는 대한제강의 지분 5.3%를 보유한 5대 주주다. 대한제강 주식은 5월 현재 2만 4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재산 4위는 37억 6000만 원을 보유한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충북). 정 후보는 20억 8000만 원 상당의 부동산과 16억 8000만 원 상당의 동산을 가지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주상복합아파트와 충북의 주택 세 채, 경기도 일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대티즌닷컴’의 비상장주 15만 주를 가지고 있다.
재산 5위는 35억 1000만 원을 보유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서울). 오 후보는 13억 3000만 원 상당의 부동산과 21억 7000만 원 상당의 동산을 지니고 있다.
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는 재산 총액이 마이너스 1억 9000만 원으로 집계돼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들 중 꼴찌를 기록했다. 강 후보의 보유 재산은 제주도에 있는 임야(1500만 원 상당)와 예금 7200만 원. 그러나 채무가 2억 8000만 원이나 돼 전체 재산이 마이너스가 됐다. 강 후보 측은 “이혼하면서 지게 된 전 남편의 빚을 아직 갚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후보는 지난 4월 출마 선언 후 선거를 위해 은행에서 6억 원 정도를 대출받아 실제 빚은 훨씬 더 늘어난 상태다.
민주당 간판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박주선 후보는 재산이 약 22억 원이라고 밝혔다. 재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다. 역시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의 재산 총액은 1억 1800여 만 원. 지난 10일 뒤늦게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국민중심당 임웅균 후보는 12일 조사 당시까지 재산, 납세 사항들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한편 재산 하위 1~5위는 모두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후보가 차지했다. 재산 보유액 ‘꼴찌’는 앞서 밝힌 대로 강금실 후보. 2위는 민노당 박웅두 후보(전남)로 재산 총액이 마이너스 5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비닐하우스로 만든 집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이 집의 전세보증금이 3000만 원이고 8000만 원을 빚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위도 역시 민주노동당의 박춘호 후보(대전)로 마이너스 2000만 원이다.
4위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열린우리당 김두관 후보(경남)로 약 48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아파트 전세금 1억 9000만 원과 예금 4500만 원, 한때 자신이 발행인이었던 <남해신문> 비상장주 500주(50만 원)를 보유하고 있으나 부채가 1억 8806만 5000원이나 된다. 5위는 인천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노동당 김성진 후보가 차지했다. 김 후보의 재산은 8300만 원이다.
[납세]
지난해의 납세 내역을 공개한 후보들 중 납세액 1위는 충북지사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로 모두 1억 7654만 4000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는 지난해 소득세 1억 7354만 원, 재산세 199만 8000원, 종부세 100만 6000원을 납부했다.
2위는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제주)로 1억 3369만 2000원을 납부했다. 소득세 1억 2943만 9000원, 재산세 223만 9000원, 종부세(종토세) 201만 4000원 등이다.
납세 순위 3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재산 순위 꼴찌를 기록했던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가 차지했다. 강 후보의 납부세액은 1억 1352만 4000원이다. 모두 소득세이고 재산세는 한 푼도 없다. 강 후보 측은 “지난해 변호사 수입으로 3억 원 정도를 벌었지만 고액소득자의 경우 누진세율이 높아 소득세를 많이 냈다”고 설명했다.
4위는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부산)로 납부세액은 3144만 9000원. 소득세 2211만 9000원, 재산세 681만 2000원, 종부세 251만 8000원을 납부했다. 5위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서울)로 소득세 2599만 원, 재산세 119만 6000원을 납부했다.
반면 재산 하위 5걸에 나란히 올랐던 열린우리당 김두관 후보(경남), 민주노동당 박춘호(대전)·박웅두 후보(전남) 등은 지난해 납세액이 없었다.
애초 <일요신문>은 각 후보 진영에 2005년 한 해 동안 납부한 소득세, 재산세, 종부세(종토세) 등의 납세자료를 요청했으나 일부 후보들은 최근 5년간의 납부 총액만을 제시해 순위 산정에서는 제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