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보호대를 착용한 서장훈(오른쪽)과 김주성. | ||
#조동현- 무릎에 세 번 칼대
아침 7시. 이제 알람소리가 익숙하다. 샤워를 마친 뒤 청록색 공익근무요원 제복을 차려입는다. 칙칙하게만 보였던 공익근무요원 모자가 이제 친숙하기까지 하다. 근무지인 용인시청으로의 출근길에 나선다.
날씨가 흐리다. 양쪽 무릎이 시큰거려오기 시작한다. 농구공을 잠시 놓고 병역 의무를 수행한 지 이제 5개월 남짓.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면 나아지겠거니 했는데, 무려 세 번이나 칼을 댔던 무릎이 성할 리가 없다.
조동현(29·부산KTF, 현재 공익근무중). 프로농구 최고의 3점슈터 조상현(29)의 쌍둥이 동생인 그는 대전고-연세대 시절부터 손꼽히는 수비수로 상대팀 슈터들을 제압해왔다.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언제나 그를 괴롭혔고, 세 차례나 수술을 받은 양쪽 무릎에는 더 이상 연골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고 무릎에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며 한 경기 한 경기를 소화해야만 했다.
#김동우- 발목 부상에 ‘발목’
연세대 재학 시절 196㎝의 큰 키에도 정확한 외곽슛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프로농구 최고 스타 자리를 예약했던 김동우(25·울산모비스). 그러나 김동우는 대학 시절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무릎 부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여기에 한참 신인으로서 야심차게 뛰던 지난 2003년 12월6일 KCC전에서 발목을 다치면서 김동우의 눈물겨운 재활 일기는 시작된다. 03∼04 시즌을 마친 후 일본 나고야의 아구이 스포츠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재기를 기약했지만 끊임없는 통증은 그를 괴롭혔다. 04∼05시즌에도 36경기를 뛰며 모비스의 주축 선수로 자리를 잡았지만 단 한 경기도 마음 놓고 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수술을 결심했다. 2005년 4월 독일행 비행기를 탄 그는 발목 수술을 받고 귀국, 곧바로 나고야 아구이 스포츠센터에서 재활훈련을 시작한다. 2005년 11월 현재, 모비스의 ‘어린 왕자’ 김동우는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팀 숙소에서 분당의 재활전문 스포츠클리닉을 오가는 일상이 그에게는 이제 너무 지친다.
#서장훈- 목 보호대로 무장
한국 최고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31·삼성)에게는 목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서장훈은 연세대 시절 농구대잔치에서 삼성전자(당시 실업팀)의 박상관(현 명지대 코치)에게 목 뒷부분을 크게 얻어맞으며 입원치료를 받는 등 선수생명을 위협받은 적 있다. 이후 한동안 괜찮다가 지난 2월 04∼05시즌 막판 김주성(동부)과 충돌하며 같은 부위를 다쳤다. 당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워낙 중요했던 까닭에 급히 구한 보호대를 착용한 채 부상투혼을 발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꾸준한 치료로 이제 통증은 없어졌지만 서장훈은 항상 목 보호대를 차고 경기에 나선다. ‘나이도 서른을 넘긴 만큼 또 한 번 다치면 선수생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야구에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는 심정수가 있다면 농구에는 목보호대로 무장한 서장훈이 있다.
#부상 없는 선수들 없다
사실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농구 선수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란 하늘의 별을 세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일렬로 세워놓고 검진을 받으면 모든 선수들이 전치 4주 이상은 나올 것’이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다.
모비스의 신인 김효범(23·미국명 브라이언 김)은 최근 허리디스크 관절경 수술을 받고 재활중이고, 김동광 KT&G 감독의 아들 김지훈(23·KT&G) 역시 오른쪽 무릎의 반월판과 십자인대 부상으로 지난달 말 이구이센터로 날아갔다. 이밖에도 양경민(33·동부)과 박규현(31·전자랜드)이 고질적인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신기성(30·KTF)은 간염보균 양성 판정이 나와 술을 일체 끊고 식생활도 조절하고 있다.
여자농구 선수들도 마찬가지. 삼성생명을 이끌던 이미선(26)은 2005여름리그 초반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면서 김동우와 함께 일본 아구이센터에서 70여일간의 지옥 같은 재활훈련을 견뎌내야 했다.
금호생명의 이언주(28) 역시 아구이센터라면 치가 떨린다. 2004년 말 이미선과 같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에 부상을 입었던 이언주는 아구이센터로 건너가 생애 처음으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왼쪽 무릎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는 상태였지만 갑작스런 오른쪽 십자인대 부상은 선수생활을 중단시킬 수도 있을 만큼 위기였다.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어느덧 1년이 흘렀다. 벌써 20대 후반인 이언주는 더 이상 지체하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
[부상 리포트]
신기성(KTF)-간염보균 양성 판정
목- 서장훈(삼성), 김주성(동부)
허리- 김효범(모비스)-허리디스크
허벅지- 양경민(동부), 박규현(전자랜드)
무릎- 조동현(KTF)-무릎, 김동우(모비스)-무릎·발목, 김지훈(KT&G)-무릎 반월판·십자인대, 이미선(삼성생명) 이언주(금호생명)-무릎 십자인대
허재원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