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관건은 주총에서 잇달아 패배한 신동주 회장이 롯데그룹의 말처럼 그룹 경영권을 이대로 포기할지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직후 “임시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 의결권 행사는 회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며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의 부당한 압력 사태가 발생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 행사는 신동빈 회장 쪽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앞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지난 두 번의 완패로 앞으로 주총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장담을 하기 어려워졌다. 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로는 경영권을 확보하기 힘들다. 오히려 분쟁을 이어가고 그룹을 흔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신동주 회장이 가장 강력하게 쓸 수 있는 ‘무기’는 여전히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신동주 회장은 줄곧 ‘아버지의 뜻’과 위임장을 앞세워 ‘롯데그룹 후계자는 장남인 본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동빈 회장 쪽 지적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증명을 여러 통로와 자료를 통해 보여주며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대한 규명은 곧 이뤄질 예정이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를 해온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을 맡을 기관으로 서울대병원을 지정하면서 2~3개월 후면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가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신 총괄회장의 정신이 온전한 것으로 결론난다면 신동주 회장에게 무게가 실린다. 반대로 신 총괄회장의 정신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동주 회장은 최대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강조해왔던 ‘아버지의 뜻’에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광윤사 주주총회에서 아버지의 위임장을 토대로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이 광윤사 대표에 오른 것까지도 무효가 될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이 온전하다고 해서 신동주 회장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이사회와 지분구조를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광윤사 최대주주’ 하나만으로 롯데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만약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온다 해도 경영권이 흔들릴 여지는 없다”며 “도의적인 책임은 있을지 몰라도 주총에서 증명됐듯 지지 기반과 표 대결 승부가 뒤집어질 일은 없다”고 자신했다.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책임을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주총 이후 신동주 회장은 “오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한 공정한 의결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이사진 및 롯데홀딩스 현 경영진에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라는 위치를 이용해 본인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은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