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서투르니 한국처럼 TV 보는 재미도 없고, 지리도 모르니 마구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그저 딸이 잘 치는 날이면 발걸음이 가볍고, 샷이 망가지면 고개가 떨어질 뿐. 한국에서는 경제적으로도 여유있고 보란 듯이 재미나게 살 나이인데 이런 생고생이 따로 없었다.
그나마 최근 위안이 되는 것은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들의 ‘샤프롱(chaperon·사교계에 처음으로 나가거나 미인대회 등에 나가는 아가씨를 수행하며 돌보는 나이 지긋한 여자)’으로 엄마(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보다는 아줌마들끼리 말동무하기가 좋은 것.
2005년 미LPGA에서 루키로 활약했고, 다시 Q스쿨에 도전한 손세희(20) 어머니 얘기다. ‘한국의 최대 수출상품’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여자골프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골프대디’가 ‘골프마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서고 있는 한국 여자골퍼들은 대개 아빠에 의해 골프에 입문하고, 대디가 코치이자 매니저까지 맡는 등 ‘한국의 골프대디 스토리’가 주를 이뤘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김주연 장정 김초롱 등 코리안 골프대디는 성공신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여자골프의 세대교체가 한창인 가운데 최나연, 지은희, 이지영, 박희정 등 루키들도 ‘열혈 골프대디’와 함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아빠’는 한국에서 하던 사업을 계속하면서 ‘엄마’가 딸과 함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번 Q스쿨에 나온 한국의 기대주들 중 70% 이상이 엄마와 함께 다녔다. 이런 현상은 1세대 고참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강수연(29)과 박지은(26)은 부모가 함께 다니지 않지만 필요할 경우 주로 어머니가 미국으로 날아간다. 박세리는 아예 큰언니 유리씨가 샤프롱을 맡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성(性)이 다른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나 자매가 함께 방을 쓰고 깊은 속내를 얘기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미LPGA 대회가 열리는 미국 도시의 사우나에서 한국의 골프마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러쿵저러쿵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이 많아질 것 같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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