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마쓰이 히데키의 뉴욕 양키스 입단식 모습. 로이터/뉴시스 | ||
올해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일본 선수들은 모두 12명. 그중에는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나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이구치 다다히토,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처럼 아주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들도 있다. 반면에 노모 히데오나 다카쓰 싱고, 나카무라 노리히로처럼 방출되거나 다른 팀으로 옮겨간 선수들도 있었다.
양키스 마쓰이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MLB의 메카라고 해도 될 뉴욕 양키스의 중심 타자로 3년째 뛰고 있는 마쓰이는 3년 통산 70홈런에 3백30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자 양키스는 4년간 5천2백만달러라는 거액의 계약서를 내밀며 마쓰이와 재계약을 맺었다. 총액으로는 동양 선수 중 역대 2위(박찬호 5년간 6천5백만달러), 평균 연봉으로는 박찬호와 공동 1위를 기록한 셈이다.
올해 처음 빅리그에 데뷔한 이구치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화이트 삭스의 2루수를 맡은 이구치는 1백35게임을 뛰면서 2할7푼8리에 15홈런 71타점의 활약으로 정규 시즌 팀내 MVP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팀의 우승에 공신 역할을 했다.
워낙 팀 성적이 저조해 묻혀버린 이치로지만 올해도 시애틀에서 3할3리에 15홈런 63타점을 기록하며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빅리그 데뷔 후 5년 연속 2백안타 이상을 기록한 이치로는 작년에 2백62안타로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웠고, 올해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오츠카 아츠노리와 오클랜드의 야부 케이치 등 구원 투수들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 왼쪽은 스즈키 이치로, 오른쪽은 이구치 다다히토. 대한매일 | ||
데뷔 첫 해인 야부 케이치도 40게임서 4승 무패 1세이브와 방어율 4.50으로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는 평을 들었다.
세인트루이스의 외야수 다구치 소는 1백43게임에 기용되며 2할8푼8리에 8홈런 53타점으로 활약했다. 경기 후반에는 수비요원으로, 대타로, 또 스타팅 멤버로 다양한 팀 기여도를 보인 다구치는 토니 라루사 감독이 아끼는 백업 요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렇게 좋은 활약을 펼친 일본 선수들도 있지만 실패한 선수들도 많다. 우선 눈길을 끈 것은 노모 히데오다. 작년에 LA 다저스에서 방출된 노모는 올해 탬파베이로 적을 옮겼다가 5승8패 후 다시 방출되고 말았다. 다저스에서 신인왕으로 데뷔한 이래 11년 통산 1백23승1백9패로 동양계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노모는 양키스의 마이너리그 시스템에서 후반기를 보냈으나 결국 빅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8번이나 팀을 옮기면서 투혼을 불살랐지만 기량이 떨어진 데다 만으로 37세가 넘어 올해를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아 아쉽다.
작년 시즌 방어율 5.16으로 하락세를 보인 구원 투수 하세가와 시게토시는 올해 시애틀에서 46게임을 뛰며 1승3패에 방어율 4.19로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입장이다.
LA 다저스에서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된 왼손 선발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며 3승9패에 5.14의 방어율로 저조했다. 시즌 중반에 마이너로 떨어진 이시이는 서재응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며 설 자리를 잃었다.
다저스가 영입한 내야수 나카무라 노리히로도 시즌 초반 최희섭을 위협할 존재로 시선을 모았지만 17게임서 1할2푼8리에 그친 후 마이너로 내려갔다가 방출됐다.
작년 시즌 화이트 삭스에서 8승6패 27세이브(방어율 3.38)의 맹활약을 펼쳤던 다카쓰 싱고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던지는 슬로볼이 타자들에게 간파당하며 시즌 중반에 방출됐다. 메츠에서 후반기에 뛰며 2승2패 8세이브 방어율 5.20의 기록을 남겼는데 아쉽게도 내년 시즌은 희망이 없다.
▲ (왼쪽부터) 노모 히데오, 차오친후이, 왕치엔밍 | ||
일본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 가장 다른 점은 ‘즉시 전력감’이라는 사실이다. 박찬호를 비롯해 서재응, 김병현 등 대부분 한국 빅리거들은 어린 시절 스카우트돼 마이너리그를 거쳐 성장했다. 반면에 일본 선수들은 자국의 프로리그에서 잔뼈가 굵고 올스타급으로 활약을 펼치며 기량을 인정받은 후에 태평양을 건넌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MLB 팀의 입장에서는 일본 선수들이 당장 투입할 수 있어서 좋고, 기량이 여의치 않으면 또 즉시 퇴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올해 빅리그에서 뛴 대만 선수는 모두 4명. 그러나 풀시즌을 소화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아직은 미약하다. 콜로라도에서 마무리로 점찍었던 차오친후이는 부상으로 1승3세이브에 그쳤다. 양키스가 시즌 중반에 마이너에서 불러올린 왕치엔밍은 17게임 선발에서 8승5패에 방어율 4.02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최근 양키스가 왕치엔밍과 유망주 몇 명을 묶어 시애틀의 이치로와 트레이드를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왕치엔밍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다저스가 보유한 왼손 구원 투수 쿠오홍치와 타자 첸친펭은 아직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기에 미흡하다는 평가다. 올해 쿠오홍치의 성적은 9게임서 1패에 방어율 6.75이고, 첸친펭은 지난 4년간 총 19게임서 9푼1리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내년에도 동양 3국에서 날아간 선수들이 빅리그의 곳곳을 누빌 것이다. 그리고 중국 야구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남미 선수들만큼이나 동양 선수들이 MLB에서 활약을 펼칠 가능성도 높다.
스포츠조선 야구팀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