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론(Patron)’이라는 4만 명의 고정 입장권자만 구매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패트론의 자격은 종신이다. 사망자가 생겨야 결원을 보충한다. 잘난 척을 해도 아주 심하게 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마스터스 입장권은 부르는 게 값이다. 암시장에서는 최고 1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이런 마스터스지만 유일하게 한 대회만은 오거스타내셔널의 명인열전이 최고의 대회라는 것을 부정한다. 바로 브리티시오픈이다. 영국 사람들은 세상에서 유일한 오픈대회라는 뜻으로 그냥 ‘디 오픈’으로 부르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다. 1860년 창설됐다.
2006년 디 오픈은 골프역사에 한 획을 그을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월 대회를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06년부터 여성의 출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위성미(17·미셸 위), 소렌스탐 등 여자 선수들의 남자대회 출전이 엄청난 흥행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남녀평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의 장벽에 도전하는 대표적인 여전사 위성미는 “마스터스 출전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해왔다. 마스터스 못지않은 디 오픈도 당연히 출전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상 첫 디 오픈의 여자 선수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는 선수는 미LPGA의 최단신 선수 장정(26)이라는 사실이다. 흔히들 183㎝의 신장에 남자 못지않은 장타력을 지닌 위성미가 영순위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장정은 지난해 디 오픈의 여동생격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 우승자에게는 디 오픈의 파이널 예선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장정이 마음 먹고 예선에 나서 통과만 한다면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에 등장하는 첫 여성이 위성미도, 소렌스탐도 아닌 ‘울트라 슈퍼 땅콩’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브리티시오픈의 출전 자격은 까다롭다. 남자 프로 선수들도 따내기 힘들다. 총 15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28명은 R&A가 정한 룰에 따른 자동 출전권자다. 나머지 28장의 출전 티켓은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는 여러 차례 예선전을 통해 나눠진다. 주최측 특별 초청 따위는 없다. 위성미나 소렌스탐이 남자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주최측 특별 요청을 받아서인데 디 오픈은 그런 거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마스터스도 마찬가지다. 여자라도 능력이 되면 나오라는 것이다.
과연 장정이 디 오픈에 도전할까.
현재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부친 장석중씨는 “성격이 좋은 정이는 성적이 좋든 나쁘든 항상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디 오픈 출전도 ‘뭐 한 번 해보지’라고 말하고 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정에 무리가 없으면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의 반 정도로 보이는 장정이 디 오픈 본선에 출전하면 어떤 성적을 낼까? 한 골프 전문가는 이변을 예상하고 있다. “링크스코스에 바람이 많이 부는 디 오픈은 어느 대회보다 정확성이 요구된다. 장정이 여자 선수로도 비거리가 긴 편은 아니지만 또박 또박 자신의 골프를 한다면 소렌스탐이나 위성미도 못해낸 예선 통과를 노려볼 만하다.”
장정이 디 오픈에 나간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될 듯싶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 einer@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