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최강 타선으로 예상됐던 텍사스는 현재 빈곤한 타력과 부상으로 신음중이다. 그나마 알렉스 로드리게스(위)의 꾸준한 활약이 위안거리. [로이터] | ||
박찬호는 19일 복귀 2차전이었던 약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원정 경기에서 1회초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25일에는 모처럼 강속구의 구위가 위력을 발휘했지만 폭우로 경기가 취소돼 3-1의 리드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기회를 놓쳤다.
과연 텍사스 레인저스의 올시즌은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인가?
이젠 부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식상할 정도지만, 레인저스의 부상은 도대체 끝이 없어 보인다. 최근 복귀한 후안 곤잘레스의 부상 동안 그의 자리를 대신했던 1루수 라파엘 팔메이로가 장딴지 부상으로 고생하다 얼마 전부터 지명타자로만 뛰고 있다.
1번 타자로 좋은 타격을 보이던 프랭크 카탈라노토는 허리 통증으로 15일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DL의 리스트에 또 한명이 추가됐다. 외야수 칼 에버렛도 이번주 복귀했지만 여전히 1할대의 타율을 보이고 있다.
박찬호가 선발로 나선 지난 19일 레인저스의 타선은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레인저스의 타선은 올시즌 MLB 최고 내지는, 심지어는 역사상 가장 가공할 타선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날 타선중에 5번부터 살펴보자. 5번을 친 마이크 램은 스프링캠프에서 루키 블레이락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빼앗기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던 선수다. 3루수는 워낙 수비가 약해 포수와 외야수 수업을 받다가 주전들이 계속 부상을 당하자 이날 1루수에 기용됐는데, 그의 수비는 완전히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였다.
6번 허버트 페리는 벤치를 지키는 후보 대타용으로 오프 시즌에 데려온 선수다. 슈퍼 루키로 각광을 받던 블레이락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요즘 계속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다. 7번 토드 그린은 올스타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지난주에 급히 데려온 선수로, 5월15일까지 LA 다저스의 트리플A에서 뛰었다.
8번 케플러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지만, 올시즌 2할7푼4리에 홈런 없이 9타점에 허덕이고 있다. 9번 제이슨 로마노는 올해만 마이너리그를 두 번이나 왕복했던 신인으로, 아직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2번 마이클 영, 3번 알렉스 로드리게스만이 꾸준히 제 몫을 해주고 있을 뿐, 최근 복귀한 4번 후안 곤잘레스는 올해 타점이 1개도 없는 데다 늘 엉성한 수비로 투수진을 불안케 한다.
물론 주전들이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레인저스의 전력은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주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할 셋업맨 제이 파웰과 팔꿈치 수술을 받은 마무리 짐머맨이 조만간 복귀한다면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모두 복귀한다고 해도 레인저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질 것인가.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일단 리그 최고의 성적을 다투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버티는 한 레인저스에게 서부조 1위 탈환이란 요원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서·중·동부조 1위인 3팀을 제외하고 마지막 1팀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는 가능할까? 레인저스는 아직 한번도 서부조에서 2위까지도 올라보지 못했다. 최근 극도로 부진한 오클랜드와 꼴찌를 다투는 실정이다. 와일드카드를 차지하려면 일단 오클랜드와 최근 21승3패로 무서운 상승세인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제쳐야 한다.
그러나 혹시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도, 여전히 동부조의 강호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중에 한 팀을 또 잡아야 와일드 카드를 차지할 수 있다. 27일 현재 레인저스가 20승27패인데, 레드삭스는 32승14패, 양키스는 32승18패다. 세 팀의 전력을 감안하면 레인저스가 레드삭스나 양키스를 따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대단히 힘든 일이다.
시즌이 시작된 지 두 달만에 벌써 포기를 상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레인저스의 현명한 선택은 앞으로 한 달 안에 나와야 한다. 6월말, 7월초까지 팀이 분전해 플레이오프 진출의 일말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최선을 다해 후반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만약 대세가 이미 기울어진 상태가 된다면, 내후년을 내다보고 팀 전력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박찬호 역시 올해는 쉬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레인저스의 올시즌 향방은 6월말이면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