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은 겨울 철새의 이동경로이자 번식지로 회귀하는 흑두루미의 중간 경유지로, 장거리 비행에 지친 흑두루미가 휴식을 취하고 먹이를 섭취하여 영양분을 보충하는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10월말 경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 지역 등에서 번식하고 한국, 일본, 중국 남부로 이동해 겨울을 보낸다. 과거에는 흑두루미가 낙동강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는 이동경로를 선호했으나 최근 환경 변화 등으로 흑두루미 대부분이 철원평야, 한강하구, 시화호, 천수만을 거쳐 전라남도 순천만에 1,400여 마리가 월동하거나 세계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일본 남단 이즈미시로 이동해 1만~1만3000여 마리가 겨울을 보낸다. 3월 말경 상당수의 흑두루미가 1,000km를 쉬지 않고 날아와 짧게는 1~2일, 평균 일주일 정도 머물며 휴식과 체력을 회복하는 곳이 천수만이다.
천수만 인근 논에 흩어진 낙곡(落穀)은 흑두루미가 긴 여행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는 먹이다. 하지만 최근 천수만 간척농지의 볏단말이가 보편화되면서 낙곡이 줄어들고 이마저 기러기와 오리 등 천수만에서 월동하던 겨울철새가 먹어버려 흑두루미가 오는 3월 말에는 낙곡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태이다.
이에 서울대공원은 지역시민단체인 서산풀뿌리시민연대와 함께 고향으로 귀향하는 흑두루미에게 번식지인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볍씨 1톤을 뿌려줄 예정이다.
현재 두루미류는 남미와 남극대륙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에 15종이 있고 그중 겨울철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대표적인 두루미류는 ‘흑두루미’, ‘재두루미’, ‘두루미’ 3종이다.
이중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28호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List)’ 멸종위기 취약종(VU)에 등록된 국제적인 보호조류로 세계적으로 1만3000여 마리밖에 없는 희귀조류이다.
흑두루미는 두루미과의 새로 ‘단정학(丹頂鶴)’이라 불리는 일반 백색의 두루미와 생김새가 확연히 다르다. 몸길이는 약 105cm이며, 깃털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흑회색으로 뚜렷한 흰색의 머리와 목 그리고 검은색의 몸 색깔을 띠고 있어 다른 두루미와 구별되고 있다. 여타 다른 두루미 종에 비해 몸집이 좀 작은 편이다.
이기섭 서울동물원장은 “서울동물원은 동물원 울타리를 넘어 야생동물 서식지에 대한 관심과 야생동물이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다”며 “이번 흑두루미 보호활동을 통해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의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흑두루미 <사진=서울대공원>
흑두루미가 먹이활동하는 간척지 <사진=서울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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