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수도 회장. 문건은 JU그룹 비자금 관련 보고서. | ||
주 회장에 대한 구속수사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JU 리스트’도 재부상하고 있다. 주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를 이미 확보한 검찰은 주 회장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JU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비자금과 횡령 액수가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상당액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설’만 무성했던 ‘JU 리스트’가 ‘대형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JU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된 이후 ‘JU 리스트’와 맞물린 정·관계 로비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일부 언론은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JU 리스트’를 확보해 공개하기도 했고 일부 인터넷 매체와 중앙 일간지는 이 리스트와 관련한 기사 게재로 JU 측과 송사를 벌이고 있다. 또 정치권 주변에선 전·현직 거물급 인사들의 실명이 리스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특히 국가정보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JU그룹 로비의혹’ 관련 보고서가 5월 초에 공개되면서 JU 측의 정·관계 로비설은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4일 국회 정보위 소속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원 측이 작성한 문건이라며 ‘JU그룹의 비자금 규모 및 은닉 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JU 측은 2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검·경 및 정치권에 100억여 원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중국 베이징과 필리핀에 각각 60억 원과 40억 원을 밀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보고서 문건에는 주 회장이 정치권 인사들이 정치헌금을 요구할 경우 ‘보험’을 든다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자금을 지원했고 다단계업계에 대한 검·경의 내·수사나 공정위 등의 조사에 대비해 무마비 등으로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이 문건에는 주 회장이 지난 2004년 5월 서울지검 모 검사가 JU 측의 기업인수 및 매입 자금 출처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한 사실을 인지하고 측근이자 로비스트인 한 아무개 씨 등을 통해 여당 당직자를 대상으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살포하는 등 내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문건은 또 주 회장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주 회장이 부도와 구속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정·관계 등에 뿌린 ‘금품살포 리스트’ 등 승부수로 활용할 자료 작성에 착수했다”며 “여당 의원은 물론 공정위 직원, 검·경 관계자 등 뇌물 수수자가 워낙 많아 그대로 모두 드러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문건을 공개한 권영세 의원은 지난 4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승규 국정원장에게 문건의 작성 주체를 물었고 즉답을 피한 김 원장은 5월 2일 국정원 간부를 권 의원에게 보내 “국정원에서 작성한 게 맞다”고 확인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측은 당시에는 “국정원이 검찰에 이첩한 문건과 유사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최근 기자에게 “국정원 문건이 아니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6월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첩보를 검찰에 이첩한 것은 사실이나 언론에 공개된 문건은 국정원 자료가 아니다”며 “형식이나 스타일, 활자체 등이 유사해 국정원 보고서로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김 원장이 국정원 보고서임을 시인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자 “내용이 유사하다는 취지였지 국정원 공식 보고서라고 시인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문건 작성 직원에 대한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 건과 관련해서는 “정보기관은 첩보를 수집해 수사당국에 이첩하는 게 주 임무이고 첩보와 관련한 사실 여부를 밝혀내는 것은 수사기관의 역할”이라며 “첩보를 수집한 정보기관 직원을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한편 JU 측은 지난 5월 <일요신문>에 보낸 자료를 통해 국정원 보고서에 적시된 △20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해외 밀반출을 통한 자금 조성 △납품지연 등을 통한 자금조성 △100억 원대 정·관계 로비 의혹 △2004년 5월경의 검찰 내사 중단 로비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JU 측은 또 “해당 문건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첩보 수준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보고서 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국정원 보고서 문건의 진위 여부 및 내용의 신빙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 수사당국의 몫으로 넘겨졌다.
JU그룹의 정·관계 로비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로비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오 아무개 기자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끝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의 출석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또 JU그룹과 주 회장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도 항간에 나도는 의혹들에 대해 철처히 파헤친다는 각오다. 검찰은 잠적한 주 회장이 체포되면 즉시 구속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계좌추적 과정에서 주 회장이 200억 원가량의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주 회장의 신병이 확보되면 항간에 나도는 갖가지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주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과 횡령액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정·관계 로비 의혹도 일부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주 회장이 구속되고 ‘JU 리스트’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정·관계로 불똥이 번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 회장 구속이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검찰의 칼날은 이제 서서히 정·관계로 향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한정국에 접어든 여의도 정치권이 수사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검찰 주변에선 ‘JU발 대형게이트’가 조만간 터질 것이란 얘기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JU 리스트’가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태풍전야에 힙싸인 정·관계는 한동안 검찰의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잠 못 드는 여름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