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적인 분장으로 유명했던 보이 조지의 ‘컬처 클럽’은 1980년대 인기 가도를 달렸지만, 이 시기 조지는 헤로인 중독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콘서트를 하려 했을 정도였다. 1986년엔 헤로인 소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고, 이후 다양한 마약을 섭렵하며 삶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급기야 그의 동생인 데이비드 오다우드는 자청해서 TV에 출연해 ‘보이 조지’가 심각한 마약 중독자라는 걸 밝혔다. 이전까지 수많은 매체가 마약 문제를 제기했지만, 보이 조지는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었다. 하지만 데이비드의 폭로로 모든 것이 드러났고, 보이 조지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80년대 인기 가도를 달리던 시절의 보이 조지. 그는 마약·폭행 혐의로 유죄를 받은 바 있다.
이즈음 어느 인터뷰에서 보이 조지는 이렇게 말했다. “난 암흑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이 말이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맞다. 그는 아직 불행과 고통의 전부를 겪고 있는 건 아니었다. 2008년 그는 인생 최고의 사건을 겪기 때문이다.
이 시기 보이 조지는 에우둔 칼센이라는 노르웨이 모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칼센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는데, 이때 갑자기 칼센에게 수갑을 채우고 벽에 묶어 놓았다. 이후 조지는 칼센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고 폭력을 가했다. 결국 2008년 12월 5일, 런던의 스네어스브룩 형사 법원은 보이 조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의 팬들과 옹호자들은, 마약 중독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의 결정은 단호했다. 그는 15월형을 선고 받았고, 런던의 펜튼빌 교도소에 갇혔다.
감옥은 어쩌면 보이 조지에게 꼭 필요한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마약을 멀리할 수 있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쳤으며, 모범수로 인정받아 2009년 5월에 11개월 만에 출감할 수 있었다. 물론 보호감찰을 받는 가석방이었고, 그의 발엔 전자 발찌가 채워졌다. 통금 시간이 있었고, 매일 행선지를 담당 감찰관에게 보고해야 했다. 이때 그에게 <연예인 빅 브라더> ‘시즌 7’ 섭외가 왔다. 방송사인 ‘채널 4’ 제작진은 보이 조지만큼 화제를 끌 만한 인물은 없다고 생각했고, 출연료로 20만 파운드(약 3억 3000만 원)를 제안했다는 루머도 돌았다. 보이 조지와 함께 파멜라 앤더슨과 MC 해머도 출연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보이 조지는 출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보호감찰 상태라는 게 걸렸다. 감찰 기간은 2010년 4월까지였는데, 녹화와 방송은 2010년 1월에 이뤄졌던 것.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출감한 지 석 달이 된 2009년 8월에 ‘브라이튼 게이 프라이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디제잉을 했고, 10월엔 BBC의 TV 쇼 <프라이데이 나이트>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외 활동에 대해 보호감찰 당국은 그 어떤 태클도 걸지 않았다. 보이 조지는 일단 담당 감찰관에게 <연예인 빅 브라더>에 출연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고 허락을 받았다. 촬영이 이뤄지는 27일 동안만 감찰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담당 감찰관은 허락했다. 하지만 감찰국장은 완고했고 대변인인 변호사 리처드 클레이튼은 “보이 조지의 TV 쇼 출연이 보호감찰 제도의 권위에 매우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감찰은 형벌의 연장이며, 이 기간에 처해지는 제약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만약 보이 조지가 이 쇼를 인기 회복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많은 돈을 벌어간다면, 이것은 범죄와 관련된 사회적 정의의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트릴 수 있다.” 감찰 당국의 코멘트였다. 법원도 당국의 손을 들어주었고, 감찰 당국은 “상식에 입각한 훌륭한 판결”이라며 화답했다.
보이 조지는 보호감찰 논란으로 결국 <연예인 빅 브라더>의 하우스메이트가 되지 못했다.
보이 조지의 변호사는 보호감찰 제도가 형벌이 아닌 재활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보이 조지가 진심으로 과거를 뉘우쳤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렀으며, 그간 실추된 지명도와 인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연예인 빅 브라더> 출연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의도에도 불구하고 감찰 당국이 출연을 금지한 것은, 혹시나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보이 조지 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당국은 묵묵부답이었고, 결국 조지는 출연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즌 7’을 마지막으로 <연예인 빅 브라더>는 ‘채널 4’에서 ‘채널 5’로 방송사를 옮겨서 2016년 올해로 ‘시즌 18’을 맞고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