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캐피리버(서3세·암·0전0/0/0·이종욱·서범석: 부:캐피털스팬딩,모:리버브룩)=3세 국산마다. 3월 18일에 첫 주행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기록은 여유가 있었지만 주행이 불량해 불합격을 당했다. 그러고 일주일 만에 나왔는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마지만 3세마라서 그런지 걸음도 힘이 조금 찬 듯했다. 주행검사 장면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양호한 출발과 함께 기수가 적극적으로 밀어주자 선행을 나섰고, 이후 가볍게 박자를 맞춰줬을 뿐인 데도 알아서 잘 뛰었고 외곽에서 다음에 소개하는 좌청룡이 따라붙자 지지 않으려는 근성을 보이며 스스로 가속을 했다. 3코너를 돌고 4코너에서 살짝 코너워크에서 아쉬운 면을 보였지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직선 주로에서는 특별한 추진이나 독려 없이 여유있게 뛰었다. 전체적으로는 더 뛸 여지가 있어보였고 지구력도 괜찮아 보였다. 데뷔전에서도 선행 편성을 만나면 충분히 입상이 가능해 보였다.
여기서 선행편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마필의 3월 18일 주행검사 때문이다. 당시에도 전체적인 기록이 괜찮았고 특히 뒷심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중간에 고개를 쳐들고 주행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모래에 민감한 탓이 아닌가 싶다. 모래를 맞자 고개를 쳐들거나 돌리며 주행에 집중하지 못하는 면을 보였던 것이다. 이번 재검에서 주행불량이 고쳐진 듯 보였지만 이는 선행을 나선 덕분으로 보이고 모래를 맞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이런 말은 빠른 말이 많은 편성에서 안쪽 게이트를 배정받는다면 모 아니면 도일 경우가 많다. 밀고 나오는 순발력을 보면 빠른 말을 제압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3월 25일 열린 서울 경주마 주행심사에서 캐피리버와 좌청룡이 1·2위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캐피리버는 혈통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부마가 국내에선 검증된 캐피털스팬딩이다. 캐피털스팬딩은 에이피인디의 후예로 장거리까지 꾸준히 뛰어주는 자마를 많이 배출했다. 모마는 리버브룩이다. 리버브룩은 실전경험은 10전밖에 안되지만 1200미터 단거리에만 출전했는데 블랙타입 경주에서 3위를 한 차례 하는 등 암말로서는 나름 족적을 남긴 말이다.
캐피리버라는 마명도 부마와 모마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부마와 모마만큼만 활약해준다면 마주로선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모마는 3세 때만 활약했고 부마가 4세 때 데뷔해서 활약을 했던 전례를 생각하면 캐피리버는 이미 3세라 한두 차례 더 실전경험을 하면 바로 뛰어줄 가능성이 높다. 510kg이 넘는 당당한 체격은 그런 기대치를 더 높여주고 있다. 약점인 모래 맞는 것만 잘 적응한다면 부계 형제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주마로 장수할 가능성도 높다고 하겠다.
# 좌청룡(서4세·거·2전0/0/0·윤우환·이신영:46 부:Domesday,모:Lilymay)=이 마필은 사연이 많다. 지난해 11월 20일 주행검사에서 합격했지만 올 1월 2일 데뷔전에서 박태종 기수가 몰고 최선을 다했지만 12위에 그쳤다. 출발도 매끄럽게 했고 열심히 밀었지만 따라가지 못했고 4코너에서 기수가 제어를 해야 할 정도로 외곽으로 사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1월 30일 경주에선 출발부터 덜컹했고 이후 열심히 추격했으나 최후미에서 맴돌다 역시나 코너워크가 안돼 외곽으로 쏠림이 심했고 그 결과 실격을 당했다.
이런 사연을 갖고 있는 좌청룡이 두 달 만에 주행재검을 받았는데, 상당히 ‘깔끔한’ 주행을 보였다. 출발하면서부터 특별한 추진이 없이 재빠르게 선두권에 가세했고 이후 끝까지 잡고만 있었는데도 말이 알아서 뛰면서 앞서 분석한 캐피리버와 나란히 달렸다. 결승선 직선주로에서도 시종 여유가 있었고, 끝걸음도 좋았다(LF 12.9초).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결정적인 약점이랄 수 있는 코너워크가 거의 완벽하게 보강됐다는 점이다. 캐피리버의 바깥쪽에서 뛰었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인 데도 완만한 각도로 부드럽게 코너를 돌았고 스피드도 둔화되지 않았다.
실전과 주행검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지만 이 정도라면 일단은 합격점이라 할 수 있겠다. 걸음 자체도 4세마답게 경주 내내 힘차고 여유가 있었다. 예전의 모습은 잊고 주행검사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 말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좌청룡은 혈통면에선 낯선 말이다. 부마인 도메스데이(Domesday)도 모마인 릴리메이(Lilymay)도 전혀 기억에 없는 말이다. 그렇지만 괄시받을 혈통은 아니다. 도메스데이는 호주에서 현역시절 8전 2승 2위1회를 거둔 말이지만 이 가운데 1승 2위1회가 블랙타입 경주 성적이다. 주로 단거리에서만 활약, 뛰어난 스피드를 보였다. 릴리메이는 현역경험이 없다. 그렇지만 도시지프로파일(5 9 6 4 0)에서도 보는 것처럼 장거리 인자도 풍부하다. 외조부가 일세를 풍미했던 그랜드로지다. 그랜드로지는 [G1]경주에서 여러 번 우승했고 씨수말로 데뷔한 이후에도 리딩사이어엔 비록 오르지 못했지만 늘 최상위권에 위치했던 최고 씨수말이었다. 현재까지도 외조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전성기 때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좌청룡은 나이가 4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갈 길이 바쁘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도 없거니와 성격이 칼칼한 거세마라서 전성기가 지나면 활용할 방법도 거의 없다. 출전하는 매경주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므로 경마팬들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철저히 분석해서, 입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