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반의 양극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벌 간 양극화도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아모레퍼시픽, 한미약품, 셀트리온, 네이버와 카카오, 미래에셋, 한국투자금융 등 일부 신흥재벌의 등장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왼쪽부터 LG그룹 트윈타워, 삼성전자 사옥, SK그룹 사옥. 경제 전반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재벌 간에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더 커지고, 더 튼튼해진 ‘빅4’
2012년과 비교해 30대 그룹 가운데 상위그룹 1~4위의 평균자산은 161조 9000억 원에서 206조 2000억 원으로 27.4% 불어났다. 중위그룹인 5~10위는 57조 1000억 원에서 64억 8000억 원으로 13.5% 증가했다. 11~30위 하위그룹은 16조 4000억 원에서 16조 6000억 원(+1.2%)으로 제자리걸음했다.
부채비율은 빅4가 76.2%에서 57.6%로 24.4%나 떨어졌다. 중위 6개 그룹이 103.2%에서 98.1%로 5%, 하위 20개 그룹이 149.9%에서 120.2%로 20% 줄어든 것보다 큰 폭이다.
매출액도 4대 그룹이 평균 160조 1000억 원에서 157조 6000억 원으로 1.5% 줄었지만, 중위 6개 그룹과 하위 20개 그룹은 각각 50조 원에서 46조 원, 14조 4000억 원에서 11조 1000억 원으로 7.9%, 22.5%나 급감했다.
순이익도 상위 4곳 평균이 9조 1000억 원에서 11조 2000억 원으로 23% 늘어난 반면 중위 6곳과 하위 20곳은 1조 9000억 원에서 4000억 원, 6000억 원에서 마이너스 20억 원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투자도 빅3가 압도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국내 30대 그룹 261개 계열사의 2015년 투자액은 76조 2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77개 사가 64조 4824억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해 17.9%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삼성, 현대차, SK 3개 그룹 투자 총액(49조 4810억 원)이 30대 그룹 전체의 65.1%에 달했다. 1년 전 빅3 비중은 전년 56.3%였다. 1년 새 10%포인트가량 높아진 셈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인 15개 그룹은 투자지출을 오히려 줄였다.
삼성은 2014년(18조 5151억 원)보다 투자액을 1조 5912억 원(8.6%) 늘렸다. 현대차그룹은 전년보다 10조 1338억 원(132.0%)이나 더 투자했다. SK그룹도 전년보다 1조 4713억 원(14.6%) 많은 11조 5608억 원을 썼다. 투자액이 10조 원을 넘긴 곳은 3대 그룹뿐이다. LG그룹의 투자는 7조 원에 그쳤지만, 지난 한 해 연구개발(R&D)에 6조 3000억 원을 투입한 점을 감안하면 빅3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시장가치, 브랜드 가치도 상위 독식
시가총액은 삼성그룹 316조 원, 현대차그룹 103조 원, LG그룹 82조 원, SK그룹 74조 원이다. 4대 그룹이 575조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1274조 원의 45%를 차지한다. 유가증권시장에는 금융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 포함된다. 나머지 그룹들을 모두 합쳐도 빅4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빅4 주력 계열사 한 곳의 시총이 중소그룹 전체 시총을 웃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대표 50개 브랜드의 가치총액은 1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3% 상승했다. 최상위 4대 브랜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SK텔레콤 등 빅3의 주력사다. 삼성전자 가치는 전년과 동일한 50조 7865억 원이었지만, 현대차는 6.7% 성장한 12조 4492억 원, 기아차는 3.2% 상승한 6조 2465억 원 성장했다. SK텔레콤은 4조 1541억 원으로 4위를 유지했다. 빅4 브랜드의 가치는 73조 원을 웃돌며 50대 브랜드 가치의 60%에 육박했다.
#총수 재산도 격차 엄청나
지난 연말 기준 이건희 삼성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의 주식자산은 25조 원이 넘는다. 재계 5위 롯데그룹 시가총액(28조 원)과 비슷하다. 2014년 말 기준으로는 27조 원을 넘어 같은 시기 롯데그룹 시가총액을 크게 웃돌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주식평가액도 7조 6251억 원으로 GS그룹 시총(약 9조 원)에 육박한다. 2014년 말로는 9조 8000억 원에 달해 GS그룹 전체 가치를 넘어선 바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이사장의 주식자산도 5조 6000억 원이 넘어 두산그룹(약 6조 원) 전체 시장가치에 비견할 만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도를 제외하면 당장 이들 빅3 총수 일가와 주식평가액을 비교할 만한 재벌은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