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수 | ||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길을 모른다. “당신이 갈 곳이 어디에 붙어있냐?”고 되묻기까지 한다. 그러더니 지도를 꺼낸다. ‘네비게이터’가 있는데 작동할 줄 모른단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외국 방문객들을 위해 택시 숫자를 임시로 늘렸다. 기사들은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 외국인들로 채웠다. 인구 80만 명 남짓 카타르는 순수 카타르인들이 20여만 명밖에 안 된다. 운이 나빠 ‘초짜’ 운전기사의 택시를 탔다면 제 시간에 목적지 가는 것은 포기해야한다. 택시도 정류장에서 20~30분은 족히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자가용으로 불법 영업하는 현지인들의 호객 행위가 생겨났다.
개막식이 열린 2일. 모든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수천 명의 선수들은 조직위 측이 운동장 출입구를 하나밖에 열지 않아 빠져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 이 와중에 장대비가 쏟아져 선수들은 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했다. 간신히 나왔지만 이번에는 선수촌까지 가는 버스가 오지 않았고 비를 피해 다시 운동장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선수들은 우왕좌왕하다가 1시간 동안 비를 쫄딱 뒤집어썼다.
몰디브는 대만과의 배구남자 첫 경기에서 출전하지 못해 몰수패를 당했다. 한 선수가 전염병인 수두에 걸려서다. 배구팀은 전염을 우려한 조직위에 의해 선수촌 밖으로 나와야했다. 그들은 첫 경기 대신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다.
3일 열린 볼링 남녀개인전.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경기가 끝났다. 국제대회에서 이런 올빼미 볼링은 처음이다. 12월의 도하는 오후 5시만 돼도 어두워진다. 이는 조직위가 보통 이틀간 열리던 개인전을 하루로 축소해 경기 수가 몰린 탓이다. 191명의 출전 선수가 개인당 6경기씩 치렀다. 보통 한 경기에 20∼25분 정도 걸리지만, 매끄럽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매 경기 35∼40분씩 치러 새벽까지 경기를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날 한국팀도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선수촌에 들어왔다.
▲ 승마 2관왕에 오른 최준상의 경기 모습. 연합뉴스 | ||
서양식 장기인 체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정신집중을 위해 ‘실내 정숙’이 필수인데 침묵을 깨뜨리는 자에겐 바로 응징이 가해진다. 일본 NHK의 한 기자가 체스의 말을 옮기는 소리만 들리는 경기장에서 용감하게 리포팅을 하려다 진행 요원에게 저지당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선수들과 좀 더 떨어진 곳에서 한 번 더 시도하다 또 들켜버렸다. 야단치는 선생님의 눈빛으로 다가온 진행 요원은 이번엔 “이름을 대라”며 아예 기자의 이름과 소속을 적어갔다. 체스 경기장에서 떠들면 그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그랬듯 떠든 사람으로 적히고 만다.
이천수가 열한 살이나 많은 사격선수에게 “뭘 보냐?”며 반말을 했다는 소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소문은 사격대표팀이 이천수에게 반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홍명보 코치가 중재해 이천수가 결국 사과했다는 것으로 퍼져 나갔다. 이 소문은 남자 사격대표팀 코치의 입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곧바로 축구협회 관계자는 사격대표팀과 이천수 홍명보 등을 찾아다니며 진위 파악에 나섰다. 그 관계자는 “알아보니 천수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반말을 들었다던 사격 선수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내용이 사실인 양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문을 들은 기자들에게 진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면서 그는 “이천수가 이 소문 때문에 선수촌에 있는 한국 선수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 같아 주로 방에만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는 왜 이런 소문이 나돌았는지 속 시원한 해명은 하지 못했다.
5일 열린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우승해 단체전 금메달과 함께 2관왕에 오른 최준상. 시상식 후 말을 타고 경기장을 도는 승마의 전통적인 세리머니를 할 때 메달을 목에 걸지 않고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바로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똑같은 세리머니를 하다 메달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있어서다. 당시 그는 말을 타고 경기장을 도는 과정에서 목에 걸고 있는 메달을 떨어뜨렸다. 세리머니를 끝내고 나서야 메달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지만 1시간 동안 찾아봐도 메달은 없었다. 그는 조직위에 재지급을 요청해 새 메달을 받은 바 있다.
카타르 도하=송호진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