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키프로스 라나카에서 전지훈련 중인 고종수. 전성기 시절의 몸무게와 비슷한 76㎏으로 몸을 만들면서 기량을 회복해가던 도중에 부상 소식이 들려와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고종수의 복귀가 갈수록 밀리면서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가슴에는 점점 불안감이 싹튼다. 부상이 심각한 건 아닌지,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들이 쌓인다.
# 왼쪽 허벅지에 이상
고종수는 지난 겨울 35일간의 키프로스 전지훈련에서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정상적인 훈련을 1년간 쉰만큼 동료들보다 배로 뛰었다.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살을 뺐고 야간훈련까지 자청하며 근력과 지구력을 끌어올렸다.
혹독한 훈련은 희망을 낳았다. 대전에 입단할 때 81㎏이었던 몸무게가 전성기 시절과 비슷한 76㎏으로 빠졌다. 예전의 몸무게가 돌아오면서 기량도 되살아났다. 고종수는 대전이 전지훈련기간 중 치른 15개 연습경기 중 3경기에 출전했다. 15분에서 20분, 다시 30분으로 출전시간을 늘리면서 공 좀 차던 시절에 뽐냈던 실력들을 하나 둘씩 되찾았다.
애초 대전 최윤겸 감독은 고종수의 복귀 시기를 4월 말에서 5월 초로 봤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자 계획을 조정했다. 고종수를 3월 4일 수원과의 K리그 개막전이나 3월 11일 울산과의 홈 개막전에 교체선수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술술 풀려가던 고종수의 복귀 계획은 2월 말 갑작스레 멈췄다. 팀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수원과 전남에서 ‘부상 악몽’에 시달렸던 고종수는 즉시 대전 시내 병원으로 갔다. 진단 결과는 십자인대 50% 파열.
날벼락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한 고종수는 서둘러 수원 시절 진료를 받았던 동수원 병원으로 가 재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무릎이 부어있을 뿐 큰 이상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고종수는 4월 초 복귀를 목표로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찾아온 부상 악령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고종수는 3월 말 왼쪽 허벅지 안쪽 근육을 다쳤다. 일주일 넘게 재활훈련을 하며 복귀 시기를 재조정해야 했다.
5월 초 복귀를 목표로 4월 16일부터 팀 훈련에 참가한 고종수는 3일 뒤 다시 눈물을 흘렸다. 왼쪽 허벅지에 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대전 황의경 홍보과장은 “경기 감각을 살리기 위해 팀 훈련에 조기합류 했는데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오는 것을 슛으로 연결하는 훈련 중 왼쪽 허벅지를 다시 다쳤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종수는 “2~3주 정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전반기 시즌을 접었다. 복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일단 치료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상체 중심의 체력 훈련을 병행하며 후반기 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고종수의 잇따른 복귀전 불발을 보며 축구계 관계자들은 “팀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지 못한 채 1년 넘게 공백기를 가진 경우 제 아무리 개인 훈련을 했다 하더라도 다시 제대로 된 훈련을 시작하면 잔부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트라우마 이겨내야
최 감독은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한 선수라서 그런지 일단 부상이 일어나면 굉장히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종수가 과거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둘 뻔한 탓에 ‘부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대전 이재규 재활트레이너 역시 “근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본인은 증세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최 감독의 분석에 동의했다.
최 감독은 육체적인 부상 외에 ‘정신적인 부상’에도 시달리는 고종수를 위해 중부대 심리학과 김민현 박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고종수를 김 박사에게 보내 상담을 받게 하면서 부상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게 하기로 했다.
최 감독은 “왼쪽 허벅지는 고종수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안 다쳤던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그 부분을 연이어 다치니까 정신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 왼쪽 허벅지 임파선 부상으로 고생했던 지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초조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고종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을 살리기 위해 심리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 김 박사님께 도움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고종수는 잇따른 부상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전에는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언론이 유독 나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최 감독은 고종수가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말에 대해 “다치기 전날 고종수와 면담을 했는데 언론이 자신의 복귀 시기에 대한 기사를 쓰는 걸 무척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를 받았다. 복귀전에 대한 압박감이 큰 상태에서 복귀가 계속 늦춰진다는 기사가 나오니 상당히 민감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의 한 관계자는 “겨울 훈련 과정에서 몸 상태도 멀쩡했고 프리킥 같은 기술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차원이 다른 기량을 선보여 ‘역시 고종수구나’하며 기대를 크게 했는데 예기치 못한 부상에 계속 발목을 잡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 과정에서 종종 몸싸움 등을 피하는 걸 보면 여전히 부상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고종수는 팀 숙소 근처에 집을 얻어 구단 훈련장으로 출퇴근한다”며 “구단 지정병원이나 다름없는 혜창정형외과에서 부상 치료를 계속 하면서 김 박사로부터 심리치료도 받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고종수의 복귀 시기를 언급하기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전광열 스포츠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