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3월 11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2016년을 ‘견실경영 체제 확립의 해’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2012년부터 의장으로 주주총회를 진행해왔다. 이 사장은 특히 이번 주총에 앞서 오랜 숙원이던 시내 면세점 추가 허가와 서울시내 도심형 한옥호텔 사업 승인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삼성가 자매 CEO의 경영성과가 고비를 맞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부진과 이서현, 삼성가의 두 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여성 경영인이다. 이전 삼성가 여성들이 사업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두 자매 최고경영자(CEO)의 앞길은 꽤 험하다. 그동안 성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상당하다.
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4년 560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폭이 89억 원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매출이 전년의 1조 8510억 원에서 1조 7383억 원으로 줄어들면서 손익이 악화됐다.
빈폴이나 갤럭시, 로가디스 등이 대표적 브랜드지만 이 사장의 야심작은 아웃도어와 SPA, 그리고 해외에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직 해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는 유니클로나 자라(ZARA) 등 경쟁 브랜드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부진은 경쟁사인 LF(옛 LG패션)가 지난해 1조 5710억 원의 매출에 7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점과도 비교된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3대 글로벌 리딩브랜드(자라, H&M, 유니클로)의 국내 SPA시장 내 합산 점유율은 2008년 21%에서 2014년 40%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면서 “전체 (패션) 시장의 성장은 후발업체에 해당하는 신생 로컬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리딩 브랜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에잇세컨즈’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낮은 편”이라며 “인수·합병(M&A) 외에 삼성이 자체 역량으로만 패션부문에서 큰 결실을 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동안 면세점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현대산업개발과 용산에 새로운 면세점을 내는 데 성공했지만,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면세점 사업자 수가 늘어난 데다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익성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동남아 신흥국 경기가 둔화되고, 이 때문에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의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뎌진 부분도 부담이다.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 9311억 원에 영업이익 91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3200억 원가량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80억 원가량 급감했다. 호텔부문도 매출은 2477억 원에서 2777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적자도 206억 원에서 274억 원으로 불어났다. 야심차게 추진한 도심형 레지던스인 신라스테이의 성패가 호텔부문에서 관건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호텔신라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사업 기회를 수익으로 완전히 이어가지는 못했다”면서 “결국 경쟁적인 사업환경과 고성장에 따른 각종 투자비용을 어떻게 이겨내고 감당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 자매의 주식자산 역시 최근 들어 쪼그라들었다. 두 자매는 삼성물산 주식 1045만 6450주와 삼성SDS 주식 3018만 8859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 9월 제일모직과 합병 직후인 17만 8000원보다 22%나 낮은 수준이다. 삼성SDS 주가도 지난해 13.6% 하락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35.63%나 폭락했다. 16만 3600원인 현 주가 수준은 2014년 최고가인 42만 9500원의 38%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달리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보유 주식은 향후 독립을 위한 기반자금 성격이 강하다”면서 “보유 주식 가치가 높아질수록 향후 독립 시점에 더 많은 자산과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