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더민주당은 총선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당 대표로 합의 추대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 측근들을 중심으로 전당대회를 통한 경선론이 탄력을 받고 있고, 당권 도전자들 또한 경선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추대론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당권을 둘러싼 계파간 기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제20대 총선 당선자들이 2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여전히 당내 최대계파를 이끌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지난 22일 김 대표를 만나 “경선을 치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언급한 뒤 “당대표를 하실 생각을 안하는 것이 좋겠다.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추대론에 거부 의사를 내비치면서 사실상 김 대표에 대한 견제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했지만 불편한 심기를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야권 분열로 완패가 예상됐던 선거구도를 뒤업고 압승을 이끈 일등공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논리다. 김 대표 주변에서는 토사구팽론이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순순히 당권을 포기하고 백기투항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대표는 누가 뭐래도 총선승리를 이끈 주역이자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당내 계파를 떠나 그의 역할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과연 총선 전 위기 국면에서 ‘동반자 관계’로 시작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당권을 놓고 등을 돌리게 될지, 아니면 당권과 대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를 재정립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