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은 2007년 6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체육위원회로부터 뇌종양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K-1의 세계화에 너무나도 중요했던 LA대회를 출전할 수 없었다. <일요신문>이 6월 17일자<지령 787호>를 통해 이 문제(말단비대증)의 심각성을 지적했고, 이어 8~9월에는 KBS의 <추적60분>이 이를 심층 보도해 이슈화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K-1의 최홍만이 경기 전 ‘미국 현지룰’에 따라 MRI 검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2002년 뉴욕주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주가 복싱을 포함한 격투기의 경우 사전 MRI촬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장기적인 뇌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MRI검사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럼 최요삼은 스스로 생애 마지막 경기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이번 경기를 앞두고 어떤 메디컬체크를 받았을까. 경기 이틀 전 계체량에서 혈압과 맥박을 재고 청진기를 가슴에 한 번 댔을 뿐이다.
황현철 한국권투위원회(KBC) 총무부장은 “아시다시피 MRI 촬영은 비용 문제도 있고 해서 한국에서는 실시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MRI촬영 가격은 몇 년 전 보험적용을 받아 1/4로 줄어 현재 40만~60만 원 선이다. 한 경기 대전료가 이보다도 적은 4라운드 선수들이나 이번에 300만 원을 받은 최요삼을 고려하면 가격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돈이 말라버린 국내 프로복싱계에서 MRI 촬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인 셈이다.
최요삼을 가르치기도 했던 문성길복싱클럽의 조영섭 관장은 “복싱계에서는 (최)요삼이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맞아온 것이 이번에 가장 나쁜 방식으로 터져버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2의 최요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메디컬체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복싱이 격투기에 비해 경기시간이 길어 체력소모가 많고, 최근 극심한 흥행침체로 인해 준비가 안 된 아마추어급 선수들이 링에 오르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올해 WBC밴텀급챔피언벨트를 내던지고 K-1으로 전향한 지인진은 “복서는 경기뿐 아니라 스파링 등 훈련과정에서도 머리를 수도 없이 맞는다. 당연히 철저한 메디컬체크가 필수다. 행정적으로 이런 조건만 갖춰지면 복싱 경기 자체는 결코 위험한 운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출범한 한국격투스포츠연맹(총재 국회의원 공성진)측은 “돈벌이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프로모터 처지에서는 비용이 들어가는 MRI검사를 자발적으로 하기 힘든 실정이다. 격투스포츠연맹 차원에서 입법활동을 펼쳐 미국의 체육위원회처럼 한국에서도 메디컬체크를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