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운동선수의 남자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사람들은 대개 배구-농구선수라고 하면 상대방의 제1 조건으로 ‘키’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도 상대방을 볼 때 키에 대해서 조금 민감하다고 대답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나혜원, 김은혜, 전민정, 황연주. 이들은 상대방이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정도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키가 작은 사람과는 만나기가 껄끄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은진과 지정희는 “작아도 상관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키는 첫 번째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 다만 지정희는 눈이 예쁜 사람을, 박은진은 외모와 전체적인 이미지가 편안한 사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나혜원도 외적인 요소보다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을, 독실한 크리스찬인 김은혜는 같은 종교를 믿는 남성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세웠다. 전민정과 신정자는 능력과 외모를 본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건데 인간성이 좋은 남자가 좋은 것 같다”는 ‘현실적인’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의 화려한(?) 소원과 달리 실제 선수들은 훈련에, 시합에 쫓겨 교제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은혜는 “올해 프로 8년차가 됐는데 운동하고 밥 먹고 자는 생활만 반복하다보니 배운 게 운동밖에 없다”며 “결혼생활을 하기에는 내가 터무니없이 모자라 요리 등을 다 배운 후에나 결혼을 고려하겠다”는 독특한 포부를 밝혔다. 다른 선수들도 결혼에 대해서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며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결혼적령기에 들어서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남자선수에 비해 여자선수의 수명이 짧은 만큼 현역에 있을 때 운동에 충실하고 싶다고. 박은진은 “결혼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아무래도 운동이 더 중요하다보니까…”라며 말끝을 흐리고는 “농담으로 엄마, 아빠와 평생 살겠다는 얘길 했더니 그게 불효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웃어보였다.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